2021년 09월 19일, 일요일


국토와교통

2021년 9월호
(통권 446호)


나만 알고 싶은 제주 액티비티! 향기 나는 숲에서 커피 한 잔


  한국관광공사     입력 2021/07/08 (목)



향기 나는 숲에서 커피 한 잔, 야생 돌고래 뛰노는 바다
 
쉴 틈 없던 여행의 끝자락에서 제주의 숨은 이야기를 찾았다. 차창 밖으로 스쳐간 광활한 자연, 그 안에는 비밀의 숲에서 커피와 음악을 즐기고 야생 돌고래와 함께 바다를 누비는 놀라운 하루가 있다.
 
이름은 없고 번지수만 있는 비밀의 숲
 
디스커버 제주는 로컬 트립 플랫폼이다. 제라진캠프 오프로드를 비롯해 스쿠버다이빙, 은하수 투어, 배낚시 등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액티비티를 소개한다. 그중엔 ‘향기가 있는 숲 이야기’(이하 향기숲 체험) 같은 감성 프로그램도 있다. 숲속에서 핸드드립 커피와 분위기 있는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개성 넘치는 콘텐츠 사이에서 존재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지지만, 그 소소함이 되레 호기심을 자극한다.

향기숲 체험은 애월읍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길을 안내해 줄 탐사대장 숲지기를 만나 간단히 미팅을 하고 각자의 차를 이용해 향기숲으로 떠난다. 선두 차량을 따라 얼마간 달려 바다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숲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달큼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숲지기는 더 깊은 골짜기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여기는 1년 365일 한적해요. 사유지는 아닌데 지명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향기숲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여기선 계절마다 다른 향기가 나요. 오늘은 더덕 향기가 많이 나네요.”

향기숲에는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큰 키와 굵은 기둥이 지난 50년의 세월을 증명한다. 무성한 잎이 하늘을 가려 광량이 절반 정도 줄어들자 휴대폰 전파도 이내 끊겼다. 쏴아~. 파도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실려 왔다.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 힐링의 시간이 열린 것이다.
 
커피와 음악, 그리고 낭만
 
향기숲 한편에는 산책로를 연상케 하는 멋진 포토존이 있다. 이곳에서 일행별로 기념촬영을 한 뒤 5분 남짓 자유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숲지기는 벤치에 짐을 풀고 커피를 내렸다. 그라인더로 곱게 간 원두가루에서 진한 커피향이 번졌다. 그 향기에 이끌려 벤치로 가니 숲지기가 갓 내린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었다. 약간의 산미와 적당한 바디감을 지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미리 설치해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영화 <사랑과 영혼> OST ‘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왔다. 일행 중 누군가가 숲지기에게 미리 신청해둔 곡이었다. 양희은과 박효신의 노래도 이어졌다. 여기가 향기숲일까, 소리숲일까. 커피향 잦아든 자리엔 어느새 로맨틱한 선율만이 가득했다. 이후로도 몇 분 동안 음악을 들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또 멍하니 하늘을 보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숲지기는 또 다른 비밀 장소도 알고 있었다. 검푸른 숲 끝자락에 숨겨진 40만평 초지였다. 광활함에 압도되어 나아갈 방향을 잃고 우두커니 섰다. 정면엔 호밀밭이, 그 너머엔 유려한 해안선과 푸른 애월 바다가 보였다. 등 뒤로는 한라산 정상이 우뚝 솟았다. 중산간 지역의 비밀의 숲, 그곳에 해외 못지않은 이국적인 풍경이 감춰져 있었다. “한동안 영화 촬영 때문에 출입이 통제됐었어요. 그만큼 멋지다는 얘기죠. 어때요? 정말 가슴이 뻥 뚫리지 않나요?” 한 발짝 나아가 풍경과 하나가 되니 정말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제주 야생 돌고래를 찾아서
 
이름 없는 숲에서 향기로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동일리 포구로 차를 몰았다. 디스커버 제주의 또 다른 인기 체험, 야생 돌고래 탐사를 하기 위해서다. 제주도 연안에는 12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다. 그중 대다수가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다.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한 번에 3~40마리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누적 관측률도 90%나 된다. 그러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제주 서남부 지역 특성상 출항 자체는 쉽지 않은 편이다. 전날 한차례 출항이 취소되어 스케줄을 바꾸었던 터라 당일 오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어 출항이 확정됐다. 포구 앞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하고 구명조끼를 받아 배에 탑승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배의 규모는 12명 정도 태울 만큼 아담하지만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돌고래를 찾아 사방을 주시하기에는 오히려 유리했다. 제주 토박이 선장님은 약속한 시간에 시동을 걸어 뱃머리를 우측으로 돌렸다. 대정읍 앞바다를 따라 10여 분간 해상 드라이브가 이어졌다. “저쪽에 있다!” 영락리 방파제 근처에 도착할 무렵, 조용했던 선내가 부산해졌다. 배 왼편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꾸더니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어 한곳을 비췄다. 드디어 돌고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7~10마리의 돌고래들이 날렵한 몸짓으로 미끄러지듯 수면을 갈랐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는지 잠시 사라지기도 하고, 경로를 바꾸어 배 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무리 중에는 지느러미 크기가 다른 개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작은 아기 돌고래도 있었다.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돌고래 가족이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여유롭게 수영하는 것을 본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해안에서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 돌고래가 있다는 사실도 새삼 놀라웠다. 이들이 먼 바다보다 먹이가 풍부한 연안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선장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환경 보호, 돌고래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
 
두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근처에 ‘제돌이’와 ‘춘삼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돌이’는 등지느러미에 숫자 1, ‘춘삼이’는 2가 표시되어 있다. 이들은 돌고래쇼를 위해 불법 포획되었다가 2013년 방사됐다. 당시 돌고래의 야생 방류는 아시아 최초, 남방큰돌고래의 방류는 세계 최초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돌고래가 야생에서는 40년을 사는데 수족관에 갇히면 10년 이상 살기 힘들어요. 하루에 100km씩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수조에 머리를 계속 부딪치면서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해요.”

디스커버 제주는 돌고래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에서 사용하는 규정에 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었다. ▲돌고래 반경 50m 이하로 접근하지 않기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지 않기 ▲돌고래 진행 방향 앞에서 대기하거나 뒤쪽으로 쫓아가지 않기 ▲갑작스러운 소음이나 큰 소리를 내지 않기 등이다. 실제로 선장님은 돌고래를 발견한 직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시동을 끄고 지켜보다가 돌고래와 비슷한 속도로 전진하기를 반복했다. 돌고래 쪽으로 일부러 다가가거나 부르는 행위도 일절 하지 않았다. 탑승객 역시 큰 소리 내지 않고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민간의 크고 작은 노력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2년 전 구강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건강 상태가 최근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악화된 것이다. 커다란 종양 때문에 턱이 비정상적으로 휘어지기까지 했다. 암에 잘 걸리지 않고 상처 회복 능력이 뛰어난 고래류의 특성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인으로 꼽힌 건 오염된 바다였다. ‘턱이’를 통해 바다가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낸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회복해 이 땅에 터를 잡은 모든 생명이 무탈하길 바라며, 45분간의 짧은 탐사를 마쳤다.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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