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8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9월호
(통권 434호)


한국판 뉴딜, ‘스마트시티’ 중심으로 방향 전환해야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0/08/05 (수)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의 제한적 효과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신산업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정책방향에서는 2022년까지 31.3조원의 투자를 통해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금년 3월부터 취업자 수가 급감하고 일시 휴직자가 급증하는 등 고용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사업들은 재정에 기반한 단기사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인 고용 창출과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뉴딜’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정책과제의 하나가 바로 ‘비대면 산업의 육성’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비대면 산업에 1.4조원을 재정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2.8만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인프라의 구축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비대면 교육 인프라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오프라인 학습지 교사들의 고용을 위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와 교사 인력의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디지털 돌봄 시스템’, ‘원격근무 인프라 보급’ 사업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린 뉴딜’에 포함되어 2022년까지 5.4조원이 투자될 계획인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사업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속한 인력들은 부품이나 설비를 제외하면 시공과 관리에 투입되는 단순노무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일단 시설 준공이 끝나면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한국판 뉴딜’에 포함되어 있는 상당수 사업들이 기존에 추진되고 있던 사업들이고 성격상 신산업,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가령 디지털 뉴딜에 포함된 ‘5G 국가망 확산’과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공공시설물 에너지 효율 개선’, ‘국립학교 태양광 설치’ 사업은 이번 경제정책방향 발표 이전부터 추진되어 오던 사업들이다.
‘행정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서버 기반으로의 전환’, ‘중소기업 보안체계 구축’, ‘구형 노트북 20만대 교체’, ‘학생 24만명 대상 태블릿 PC 공급’ 등의 사업은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성이 떨어진다.
 
수요자 중심의 전략적 투자로 전환
 
이처럼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사업 전략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정책이 수요자의 ‘니즈’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시스템을 구성하는 유·무형 자본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보완·대체적 관계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정보통신 인프라 위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때문에 이번 ‘한국판 뉴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을 전략적으로 조정·확대하는 한편, 투자 방식을 수요자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먼저, 투자 대상의 경우 산업 전반의 파급효과를 고려한 미래 전략 부문에서의 R&D사업과 그와 연계된 인프라 투자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과 관련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의 필요로 하는 R&D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재투자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노후화된 장비·시설의 업그레이드·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관련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 확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기존 주력 산업의 활력을 되살리고 산업 구조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낙수효과’가 큰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섬유 등 기존 주력 산업 부문에 속한 하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생산 프로세스의 친환경화와 디지털화 전환을 지원함으로써 코로나 사태로 이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내수 전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소재·부품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역시 필요하다. 기술 자립이 시급한 분야에 속한 기업들의 R&D 및 시설 투자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개발 이후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사업 추진방식 역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책의 시계(視界)를 장기로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에 포함된 사업들의 경우 대부분 단기적인 재정투입 금액 또는 지원 대상의 수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상에게까지 과잉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 결과적으로 재정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정책과 같이 투자 대상을 세분화해 나열하고 지원 대상에 대한 수치적 목표를 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미래 전략산업 부문에서의 물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인프라 펀드’(또는 ‘특별회계’)를 조성해 보다 중장기로 운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존 산업의 취약점에 대한 진단과 이를 보강하기 위한 물적 인프라의 충분성 정도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해 나가는 것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분산된 인프라 투자계획을 스마트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재구조화

‘생활형 SOC’, ‘노후인프라’, ‘광역교통망’, ‘도시재생 뉴딜’ 등 분산·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스마트 인프라 사업’의 형태로 통합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 사업은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시설물들이 대상이고 동시에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성능향상 계획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때문에 이들 시설물에 대한 투자를 개별 사업의 형태로 추진하기보다는 투자효과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해 ‘스마트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통합해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100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 프로젝트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 이들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수익도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의 반대 또는 관련 지자체의 정책적 고려에 의해 사업 추진이 지연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사업들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인허가해 주고 개발 계획 수립에 자율성을 보장해 주되 해당 시설물의 스마트화·그린화와 주변 지역의 산업시설 및 R&D 시설을 유도함으로써 해당 지구의 자연스런 ‘스마트 시티화’를 유도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함으로써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반으로 활용해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가령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인천 ‘스타필드 청라(복합쇼핑몰) 건설사업’, 서울 삼성동 ‘GBC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사업’ 등이 이러한 유형의 사업이다. 이들 사업의 추진으로 해당 지구는 대규모 인구와 사업체가 활동하는 복합 업무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지역 주변에 다양한 쇼핑·여가·문화 시설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 이들 시설의 스마트화를 연계해 사업을 대규모 복합개발 형태로 추진할 경우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의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시티 사업의 확대 추진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사업 중 일부는 기존에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스마트 시티 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할 경우 보다 효율적일 수 있는 사업들이다. 가령 ‘그린 뉴딜’ 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노후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 ‘ICT 기반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사업’, ‘녹색 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 ‘저탄소·녹색산단 조성사업’ 등도 개별시설물을 중심으로 단편적인 신규건설·유지보수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스마트 건설사업’의 개념 속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참고로 (구)‘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이 2017년 9월부터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었고 동 법률에 근거해 작년 9월에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동 계획에서는 과거 ‘신도시 건설’ 위주의 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었던 ‘U-City 사업’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 시티 사업의 추진 방향을 노후 도시재생 및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공급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현재 정부의 스마트 시티 사업 속에는 ①신도시 건설사업인 ‘국가시범도시 건설사업’과 ②시설물 관리, 환경, 방범 등의 분야에서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을 연계하고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인 ‘스마트 시티 통합플랫폼 구축사업’ 외에 ③‘스마트도시형 도시재생’, ④‘스마트 챌린지’와 같은 기존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들이 포함되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상당수 사업들을 이러한 스마트시티 사업 속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앞서 언급한 ‘그린 뉴딜’ 사업들은 ‘스마트 도시재생 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디지털 뉴딜’ 안에 포함되어 있는 ‘SOC 디지털화’ 사업은 대상 시설물의 범위를 확대한 뒤 (가칭)‘노후 인프라 챌린지’와 같은 별도의 스마트 시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또한 스마트 시티 사업의 추진 목적을 민간의 자발적 투자가 곤란한 다양한 신기술의 실증과 실적 확보를 위한 ‘테스트 베드’ 구축에 둘 필요가 있다.
반면 대규모 실증시설이 필요한 초고속 열차 등 신기술이 실증시설 부족으로 거액의 R&D 자금을 투자해 개발하고도 사장되는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토교통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인 개발 및 활용이 필요한 기술을 선별하고, 특히 이들 중 이미 개발된 기술의 경우에는 실증 작업과 함께 적용 실적이 인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간 사업으로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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