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일, 목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11월호
(통권 436호)


「국가기술자격법」 제정과 「기술사법」 폐지와의 상관성에 관하여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입력 2020/11/09 (월)


 
「기술사법」 개정 방향 ④
 
「국가기술자격법」 제정과 「기술사법」 폐지와의 상관성에 관하여
 
최근 필자가 「기술사법」 개정 방향을 주제로 하는 글을 쓰기 위하여 기술사 제도와 관련된 자료를 자주 검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 궁금했지만 아직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내용이 하나 있다. 그 내용은 지난 10월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1973년 12월 31일 「국가기술자격법」이 제정되었고, 이어서 1976년 12월 31일 「기술사법」이 폐지되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92년 11월 25일 「기술사법」이 부활되어 다시 제정되었다. 동일한 법률이 폐지되었다가 부활 제정된 사례다. 이에 대한 배경 또는 이유를 검색해 보았지만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개정 방식의 기본원칙에 의한 「기술사법」 탐구

그 근거를 규명하기 위하여 정부입법지원센터의 “법령 개정 방식의 유형과 기준”을 검색해 보면, 법령의 개정을 위한 기본원칙 두 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즉, 법령 개정 대상의 범위에 따라 법령 일부분만을 개정하는 일부개정 방식과 법령 전체를 개정하는 전부개정 방식이 있다.

일부개정 방식에는 개정 대상이 되는 기존 법령과 새로 개정되는 법령 관계에서 개정 내용이 기존 법령의 내용에 흡수되는 흡수개정 방식(기존 법령 일부를 추가・수정・삭제한 개정 법령이 성립・시행되자마자 그 개정 내용이 기존 법령의 내용에 흡수되는 방식), 개정 법령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증보 방식(기존 법령 일부를 추가・수정・삭제한 개정 법령이 성립・시행된 후에도 기존 법령 중에 흡수되지 않고 형식상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기존 법령을 내용적으로 수정하는 방식) 등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흡수개정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법령을 개정할 때 일부개정 방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전부개정 방식을 취할 것인지의 문제는 주로 개정 부분의 분량, 중요도, 정비 필요성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다음 세 가지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부개정 방식을 취한다.

첫 번째는 기존 조문의 2/3 이상을 개정하는 경우이다. 다만, 용어나 표현을 바꾸기 위해 정리 차원에서 개정해야 할 사항이 많아진 경우에는 일부개정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령의 핵심적 부분을 근본적으로 개정함과 아울러 상당한 부분에 걸쳐 이와 관련된 사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세 번째로는 제정된 후 오랜 기간이 지나 법령의 용어와 규제의 태도가 전체적으로 현실과 맞지 않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한 결과 삭제된 조항과 가지번호가 붙은 장・절・조・호가 많아 새로운 체제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어쨌든 기존 법령을 전부개정하는 경우에는 폐지・제정 방식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종전의 부칙 규정은 모두 실효된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기존 법령과 신규 법령 간의 제도적 동질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전부개정 방식을 취하고(예 : 「건설업법」을 전부개정하면서 「건설산업기본법」으로 하는 경우), 제도 그 자체가 신・구 양 법령 간에 전면적으로나 본질적으로 변경될 때에는 폐지・제정 방식을 취한다(예 : 「신용조사업법」을 폐지하면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
 
                          [표] 「기술사법」 폐지와 「기술사법」 부활 제정 당시의 주요 조문 비교
 
          
 
「기술사법」 폐지, 16년 후에 부활 제정

「기술사법」의 폐지 및 부활 제정 당시의 조문을 정부입법지원센터의 “법령 개정 방식의 유형과 기준”에 의해 비교해 보았지만 그 사유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었다. 다만, 1976년에는 「국가기술자격법」의 제정・시행에 따라 「기술사법」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어 폐지했고 1992년에는 과학기술이 발달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고급기술인의 역할이 한층 중요시되고 있어 고급기술인으로서의 기술사에 대한 지원・육성시책을 강구하고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산업기술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기술사법」을 다시 제정한다고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제정・개정이유”에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결국 「국가기술자격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기술사법」이 폐지되었다. 과학기술처는 「기술사법」과 별도로 「국가기술자격법」을 제정했건만 법제처는 “개정 방식의 기본원칙” 중의 폐지・제정 방식에 의해 「기술사법」을 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결과가 법령 제정과 개정에 대한 판단 착오일까? 아니면 중대 오류일까?

1992년 힘들게 부활된 「기술사법」에서 기술사시험관리위원회 업무는 이미 「국가기술자격법」으로 이관됐으므로 자동 삭제되었고, ‘기술사등록부 등록’은 ‘기술사사무소 개설’로 용어가 바뀌면서 등록에 필요한 등록거부, 등록변경, 휴・폐업신고, 유사명칭 사용금지, 서명날인,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리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건설업법」에 이미 규정된 3억원 초과 공사현장에 기술사 의무 배치 조항을 「기술사법」에서도 추가로 반영해야 기술사의 업무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데 유감스럽게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기술사법」이 폐지되고 16년 후에 부활됐건만 폐지 이전과 비교하면, 기술사사무소 개설 등록 외에는 기술사의 업무영역 확장을 위한 새로운 조문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늘날 건설현장 기술사들이 업무능력 발휘에 「기술사법」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부로 승격된 이후의 발자취

「기술사법」이 폐지 및 부활 제정된 이후 과학기술처가 1998년 과학기술부로 승격되었지만 소관 업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오히려 축소되었다.
첫째, 과학기술처 소관 「기술용역육성법」이 1977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서 기술용역업 등록업무도 함께 넘어갔다. 둘째, 과학기술처 소관 「국가기술자격법」이 1981년 고용노동부로 이관된 이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기술사와 기사 자격시험을 모두 주관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사법」 관련 핵심적인 두 가지 사무가 다른 기관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에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은 되었지만 역할은 축소되었다.
소관 업무가 축소된 과학기술부가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에 흡수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족되었다. 새로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산업기술인력 양성 업무를 이관받았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다. 산업자원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기술용역육성법」을 1993년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으로 전부개정하였고 기술용역업체 육성정책을 여전히 꼭 쥐고 그 사무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로 분리되었다. 새로 발족된 미래창조과학부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디지털콘텐츠 사무를, 지식경제부로부터 정보통신산업과 우편・우편환 및 우편대체 사무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통신의 융합・진흥 및 전파관리와 정보통신 사무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모든 소관 사무를 이관받았다. 그 당시에 이관을 받았던 대부분의 사무는 정보통신분야였다. 예전 과학기술처 시절에 주관했던 기술사들의 기술용역업 등록, 기술사 시험 관련 업무 등의 핵심적인 사무를 되찾지 못했다. 실속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또다시 개편되면서 기술창업 관련 창조경제 진흥에 관한 사무를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였다. 과학기술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삿짐을 쌓고 푼 후에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기술사법」의 핵심 사무를 여전히 주관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을 2010년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으로 전부개정하고 기술용역업체의 명칭도 엔지니어링사업자로 바꾸는 등 기술용역업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도 3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 제도발전 기본계획” 범위를 기술사 시험제도뿐만 아니라 전문분야별 기술사 종목까지 확장하여 기술사에 관한 모든 정책을 주관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법」과 「기술사법」의 상관성

최근 건설공사에 필요한 설계도서를 기술사만이 작성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긴 「기술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술사법」과의 상관성을 미처 고려하지 않고 「국가기술자격법」과 「기술용역육성법」을 새로 제정하면서부터 과학기술부 소관 업무가 일관성 있게 집중되지 못한 채, 다른 기관으로 분산된 점이라고 본다.

정부입법지원센터의 “법령 개정 방식의 기본원칙”에 의해 「국가기술자격법」을 제정하지 않고 일부개정 방식을 취하여 「기술사법」에 국가기술자격 관련 사항, 기술사 및 기사 시험 등을 모두 포함하여 개정했어야 했다. 「건축사법」에서 건축사와 건축사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건설 전문가를 균형 있게 배출한다는 개정사유를 명시하면 통과 가능했다고 본다.

또한 1973년 「기술용역육성법」을 제정하지 않고 일부개정 방식을 취하여 「기술사법」에 기술사들의 기술용역업 등록 조항을 포함하여 개정했어야 했다. 「건축사법」에서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기술용역업을 균형 있게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기술사법」의 업무영역을 확장했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아직 늦지 않았다(It's not too late to think it's too late)”는 격언이 있다. 이제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기술사법」이 우리 기술사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듣고 지원하기 위해 필자가 이 글을 시리즈로 쓰고 있다.
 
白頭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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