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1월 28일, 목요일


국토와교통

2021년 1월호
(통권 438호)


전면 책임감리 도입이 국내 건설산업에 끼친 영향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입력 2021/01/12 (화)

 

「기술사법」 개정 방향 ⑥
 
1995년 전면 책임감리 도입이 국내 건설산업에 끼친 영향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8분 서울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의 상부 트러스가 추락하여 사망 17명, 부상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붕괴사고로 서울 도심지 남북교통축이 단절되어 혼잡이 극에 이른 상태에서 불과 8개월 후인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통째로 폭삭 주저앉아 사망 502명, 부상 937명, 끝내 확인되지 않아 긴 재판 끝에 판결내린 실종 6명이라는 대한민국 초유의 인적재난 사고가 닥쳤다.

이 두 사고의 원인은 그간 빈번하게 논의되었기에 생략하고 이 끔찍했던 사고의 후속조치 두 가지를 언급하려고 한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첫째, 대한민국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켰던 경제성장의 발자취를 논하면서 흔히 인용했던 ‘압축성장’의 한계를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이를 보완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이 다리를 건너기도 주춤거려지고 잠을 자다가 집이 무너지는 꿈에서 깨어나기를 거듭한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어느 가족이 모두 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얘기까지 들리기도 했다.

정부는 ‘압축성장’으로 빚어진 국민 모두의 멘붕 상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비법을 쉽사리 내놓기도 어려웠다. 궁리 끝에 1994년 10월 21일 붕괴됐던 성수대교 사고 재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불과 2개월이 지난 1995년 1월 1일 서둘러 제정・공포했다. 하지만 시설물 붕괴 우려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은 법 하나 만들었다고 금방 해소되거나 잊혀질리 만무하다.
 
건설안전 인명피해에 대한 무기징역형 도입

둘째, 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여러 명이 구속되고 재판이 마무리되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국민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던 삼풍건설산업(주) 이준 회장에게 징역형 7년 6개월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500여 명이 죽었는데 겨우…. 이 판결 후 더 시끄러워졌다. 국회 본회의가 소집되었다. 건설공사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유발시키는 행위를 고의적인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인적재해로 인명피해를 유발시키는 자에게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결의문이 통과되어 이를 근거로 개정된 관련 법률은 아래와 같다.
 


책임감리 용역 증가세에도 기술사는 계속 부족

연이은 인적재난 사고로 인하여 흐트러진 국민들의 정서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정부가 여러 후속조치를 내놨다. 감사원도 나섰다. 심지어 책임감리 용역 발주에 필요한 입찰 및 낙찰 심의절차가 지연되어 당초 예정보다 책임감리 계약이 늦게 체결되는 경우 해당 발주기관 담당자를 징계, 처벌하는 감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각 발주기관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감리 용역 계약을 서두르는 일부 발주기관들은 주요 대형 감리용역회사에게 ‘이번 책임감리 입찰에 꼭 참여해 달라’고 요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 용역회사들은 이미 책임감리 계약을 너무 많이 수주한 탓에 추가로 필요한 학・경력기술자를 채용하지 못해 입찰참여를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삐 돌아가는 상황에서 부족한 기술사를 배출하기 위해 자주 보고 많이 뽑는 시험제도로 개선하였지만, 국토교통부 기대만큼 기술사가 충분히 배출되지는 않았다. 아래 표에서 보듯 1964~1976년 연평균 724명에서 1977~2013년 연평균 962명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오히려 국내 건설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1500명 이상 배출하고 있다.
 
좀 더 서둘러서 1970년대부터 기술사 배출 증가폭을 급격히 올려 연평균 1500명 이상 공급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기술사 자격자는커녕 학・경력기술자도 미처 구하지 못해 책임감리 용역계약이 지연되는 사례가 상당기간 지속된 후에 점차 책임감리 제도가 정착되어 갔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기술사회)는 1994년 도입된 책임감리가 2014년 건설사업관리(CM)로 전환될 때까지 기술사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학・경력기술자 제도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책임감리 시행 25년에 대한 총체적 평가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발표해온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책임감리 시행 25년에 대한 총제적인 평가를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건설공사 관련 대규모 안전사고는 막았다. 책임감리 도입 이후, 건설현장을 지킨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열정에 힘입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상의 1종 및 2종 시설물의 안전사고는 전혀 없었다. 물론 요즘도 축대가 무너지고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소한 사고가 더러 발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특법에 3종 시설물을 신설하여 지자체가 관리했던 중・소규모 시설물까지 추가함으로써 건설안전사고 예방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공공건설공사 발주기관의 기술적 업무 수행능력이 저하됐다. 오랫동안 공무원 공사감독관이 수행했던 현장 기술업무를 모두 감리자에게 넘기고 발주기관은 감리자를 지원하는 예산 신청・집행, 관계기관 협의, 민원업무 처리 등만을 담당하고 있다. 그 대신 설계의 경제성, 현장적용성 등의 어려운 문제들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설계VE, 시공VE 제도를 별도로 도입하여 외부심의를 통해 의사결정하고 있다.

셋째, 21세기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한 건설사업관리(CM) 기반이 구축됐다. 1990년대 책임감리 도입 당시, 「근로기준법」에 의한 60세가 기준이었으나 책임감리는 선진외국의 CM제도와 같이 경륜이 풍부한 경력자를 투입해야 되므로 감리자의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책임감리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사전에 대비했던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넷째, 건설엔지니어링 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에 소홀했다. 정부는 감리를 도입하면 설계기술 역시 함께 발전되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경쟁력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용역회사는 고급인력 확보와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설계용역보다 현장에 기술자만 배치하면 매달 기성금이 들어오는 감리용역이 수익 창출에 유리하여 설계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할 필요성이 희석되었다.

끝으로, 해외건설 플랜트 설비공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1990년대 이후 국내 노임상승으로 중동건설시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적은 플랜트, 담수화공장 등의 설비분야를 집중 수주하였다. 설계 빼고 플랜트 현장에서의 조립 하도급을 수주한 결과, 2000년대 들어와 해외건설 적자폭 크게 늘었다. 책임감리 시행 25년의 결과는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세계 엔지니어링시장 점유율을 1.2% 수준으로 묶어 놨다.
 
책임감리 제도가 국내 건설산업에 끼친 영향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국내・외 건설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건설정책 방향을 고심하였다. 책임감리 제도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사고방지 소임을 다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시스템이 선진화되면서 미국, EU 등의 선진외국이 겪어왔던 건설산업의 변화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었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GDP가 확장될수록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되고 있는 건설시장의 GDP 비중은 점차 감소되었다. 국내건설에서 축적되었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해외건설에서 신진외국과 대등하게 겨뤄야 될 시대가 도래되었다. 그 답은 건설사업관리(CM)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저임금을 무기로 하여 우수한 근로자를 앞세워 중동을 비롯한 해외건설 시장을 누볐다. 그 경쟁력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약화되어 인건비 부담이 적은 플랜트 분야로 눈을 돌렸지만 설계기술 부족으로 엄청 손해만 봤다. 앞으로는 설계 경쟁력을 높여야만 해외건설에서 생존할 수 있다. 책임감리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선진외국 시스템과 직접 경쟁하기 위하여 국내 건설산업 역시 건설사업관리(CM) 체계로 전환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의 품격이 상승하면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점차 선진국 대열의 시장개방 경제시스템으로 진입하는 정책을 추구하였다. 그 대표적인 시장개방 정책이 OECD 가입과 FTA 체결이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1948년 미국의 마셜 플랜 지원을 받은 유럽경제협력기구(OEEC)에 가입된 18개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등이 동참하여 1961년 설립된 UN을 대표하는 국제기구이다. 대한민국은 1996년 12월 12일 29번째 회원국으로 OECD에 가입하였고, 현재 36개국이다. 회원국 중에는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안착된 선진국이 대부분이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건설사업관리(CM) 도입의 필요성 증대

정부는 OECD 가입 준비를 위해 중앙행정기관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였다. 국토교통부의 태스크포스에서는 OECD 가입을 위해 건설시장 개방을 검토했다. 일례로 1963년 제정된 「건설업법」을 근거로 하는 건설업의 면허제도를 등록제도로 전환하여 국내・외에 건설시장 진입을 허용한다는 논리였다. 그 논리에서 발주기관 공무원이 맡고 있었던 공사감독관 제도 역시 건설사업관리(CM) 제도로 전환하여 OECD 체계에 진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유감스럽게도 1993년 청주 우암상가아파트가 붕괴되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되었다. 그 사고의 원인 제공자에는 부실시공을 눈감아 준 공무원 공사감독관이 지목되었고, 또한 부실시공을 공공연히 반복하고 있었던 시공회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었다.

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란 무엇인가? 복잡한 공학이론은 생략하고 요약해보면, 공공건설사업의 발주기관이 시공업체와 손잡고 건설프로젝트의 조사・설계부터 시공・유지관리까지 일괄 계약하여 매끄럽게 수행하자는 제도이다.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상징했던 ‘압축성장’이 낳은 부실시공으로 인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되었다. 그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CM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공공건설사업의 발주기관과 시공업체가 동시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비난의 눈총을 받고 있었다. CM 도입 대신 오히려 이들을 감독해야 하는 제3자, 즉 책임감리 제도가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국토교통부는 OECD 가입을 대비하여 CM 제도라는 커다란 숲 대신 제3자, 즉 책임감리제도라는 나무 한 그루를 제시해야 했다. 인적재난 붕괴사고가 OECD 가입을 계기로 CM으로 무장하여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서 동등하게 경쟁하려는 시장경제 진입전략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혔다.
 
白頭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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