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3일, 화요일


국토와교통

2021년 4월호
(통권 441호)


소소하지만 확실한 ‘순창’의 힐링포인트 3


  한국관광공사     입력 2021/03/10 (수)



순창은 장류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섬진강 상류에 해당하는 적성강이 고추장, 된장 등의 재료가 되는 맑은 물과 풍성한 곡식을 뒷받침한 덕분이다. 순창이 ‘힐링 1번지’로 불리는 이유도 천혜의 자연에 있다. 풍경은 눈길 닿는 곳마다 아늑하고, 정직하게 거둔 음식은 건강을 선물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건강한 삶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새해 다짐을 또 다시 작심삼일로 끝내버렸다면 순창에서 새로운 바디 플랜을 짜 보는 건 어떨까.
 
체험이 있는 내 몸 휴식처, 건강장수연구소 쉴랜드
 
건강과 친해지는 첫걸음은 순창읍내로 들어가는 모악로 길목에서 시작된다. ‘쉴랜드’, 표지판에 적힌 이름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곳은 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건강장수연구소다. 넓은 부지 안에 건강장수체험과학관, 명상관, 찜질방, 방갈로, 의농업체험관, 편백치유숲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단체 연수를 받으러 오는 곳이기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인 자격으로 예약 없이 방문해도 얼마든지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건강장수체험관. 탄생, 노화, 죽음, 환생에 이르는 생로병사의 전 과정을 다양한 전시체험을 통해 소개하는 곳이다. 생(生), 로(老), 병(病)관은 신체 주요 기관이 하는 일과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질병을 설명한다. 청진기를 사용해 내 심장박동 소리를 들어보거나 건강 상식 퀴즈를 맞히며 미로를 통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분위기조차 음습한 ‘사(死’)관은 관에 누워보기, 저승사자와 요단강 건너기, 천국·지옥 트릭아트에서 사진 찍기 등 남다른 감회를 갖게 하는 체험요소가 많다. 특히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짓는 여러 질문들이 기억에 남는다.

체험 후에는 힐링존에서 인바디와 스트레스 측정기를 통해 나의 건강 상태를 셀프로 체크해 볼 수 있다. 즉석해서 측정한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35 이상 45 이하로 초기 단계였지만 낯선 환경임을 감안하면 정상 범위에 속한다는 해석이다. 머리도 식힐 겸 건물 뒤편 편백나무숲에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중간 중간 썬 베드에 누워 여유를 즐기니 남아있던 스트레스도 저 멀리 달아나는 기분이다.
 
제철 지역농산물 맛보는 식도락 여행, 순창의 힐링 카페
 
순창읍내 문화관광 명소로 꼽히는 창림마을에 꼬순내 가득한 카페가 있다. 한쪽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 참기름을 짜는 독특한 광경이 펼쳐진다. 카페의 이름은 ‘소소한 방아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던 귀농·귀촌인들이 도정에 어려움을 겪는 소농민들을 위해 폐업한 방앗간을 인수해 만들었다. 리모델링을 거치긴 했지만 기와를 얹은 황토색 단층 건물과 나무 미닫이문, 아직 남아있는 옛 창림방앗간 간판에서 레트로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소한 방아실’은 순창의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음료를 만들고 빵을 굽는다. 친환경 현미, 참깨, 귀리, 콩, 방아실에서 직접 뽑은 참기름 등 재료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인기 메뉴인 쌀 라떼는 향부터 고소함 그 자체다. 곡물가루가 가라앉지 않도록 휘휘 저어 맛보니 추위에 굳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부드러운 거품 위에 잘게 부순 누룽지 토핑이 씹는 재미도 더해준다. 담백한 쌀 라떼에는 달달한 호두현미쌀파이가 잘 어울린다. 견과류가 주재료지만 식감이 부드러워 아메리카노와 케이크에 버금가는 천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오후 1시에 맞춰 방문하면 갓 나온 따끈한 쌀빵도 맛볼 수 있다.

‘소소한 방아실’과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 ‘베르자르당’도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빵을 굽는 로컬푸드 맛집이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음식보다 이국적인 분위기로 더 유명하다. Verre(유리) Jirdin(정원)이라는 프랑스어 이름처럼 유리온실과 정원이 이 카페의 상징이다.

빈백에 앉아 분수를 볼 수 있는 정원도 좋지만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포근한 유리온실이 더 인기가 좋다. 폭신한 라탄 의자에 앉아 온몸에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 어느새 등받이에 완전히 기댄 채 녹아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낡은 예식장을 리모델링한 옆 건물은 갤러리 겸 문화공간이다. 높은 층고에 의한 개방감과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드라마 <도깨비>에서나 볼법한 기다란 테이블 등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2층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잠하지만 활기를 띠는 날이 곧 찾아올 것이다.
 
순창의 속살을 만나는 여정, 섬진강 드라이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먹거리로 에너지를 충전했다면 순창의 자연을 만날 시간이다. 운전대를 섬진강(적성강)이 있는 동쪽으로 돌려 순창의 새로운 명소가 된 채계산으로 향했다. 채계산은 그 형상이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형상이라 책여산(冊如山)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길 위에서 보아도 켜켜이 쌓인 암갈색 단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계산과 그 정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중간에 도로가 나면서 끊겨버린 산의 양쪽 봉우리를 이어 지난해 개통했다. 총길이 270m로 기둥이 없는 무주탑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고추장처럼 빨간 색깔 때문에 존재감마저 확실하다. 단층이 잘려나가 등산로가 가파르지만 계단을 이용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출렁다리 입구까지 갈 수 있다. 제1주차장 출발 기준으로 계단 수는 583개. 운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면 이마저도 걱정스러울 것이다. 그럴 땐 계단에 적힌 명언을 가슴에 새겨보자. 건강은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의 몫이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 속에 있다.

또 하나의 복병은 고소공포증이다. 75m 상공을 걸어 출렁다리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용기를 내보지만 자세는 갈수록 엉거주춤해진다. 거세지는 바람 때문에 손잡이를 놓을 틈도 없다. 그러나 한눈에 담기는 순창의 고즈넉한 풍경은 충분한 보상이 된다. 굽이 흐르는 적성강과 주변의 너른 벌판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체험을 끝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출렁다리의 두 배 높이인 어드벤쳐 전망대에 올라도 좋다. 단, 오후 5시 이후에는 출렁다리와 등산로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하산이 늦어지지 않게 시간분배를 잘 해야 한다.

이번에는 장군목길을 따라 섬진강 최상류로 향한다. 영월 요선암과 더불어 천연 수석박물관으로 불리는 장군목유원지를 보기 위해서다. 이곳 바위는 하나같이 표면이 포트홀처럼 둥근 모양으로 패여 있다. 모래자갈이 섞인 급류가 소용돌이치며 하천 바닥의 바위를 마모시킨 것이다. 이처럼 형상이 기묘한 바위가 3km에 걸쳐 수면위로 드러나 절경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둘레 1.6m, 깊이 2m에 달하는 요강바위가 명물로는 첫손에 꼽힌다. 마을 주민 다섯 명이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을 피해 요강바위에 숨어 화를 면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규모가 거대하다. 요강바위 외 다른 바위들도 개성 넘치는 외모를 자랑한다. 그 모습을 나만의 도화지에 하나씩 그려나가다 보면 어떤 것은 토끼가 되고 또 어떤 것은 거북이가 된다.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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