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6월 20일, 일요일


국토와교통

2021년 6월호
(통권 443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상생형 주거지로 변신


  박병기 기자     입력 2021/04/14 (수)



정비사업 12년만에 본궤도…둥지내몰림 해소+주택공급

전국 최초 ‘주거지보전사업’으로 상생형 재생 새 모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오는 2025년 개발과 보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총 2437세대(공동주택 1953세대, 임대주택 484세대) 규모의 상생형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총면적 18만 6965㎡의 ‘백사마을 재개발정비사업’이 지난 3월 4일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됨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이 1960~7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돼 온 과거의 흔적을 보전하면서도 낙후한 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백사마을만의 ‘상생형 주거지 재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한 새로운 재생 모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주거지보전사업’ 유형을 도입,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백사마을 고유의 정취와 주거‧문화생활사를 간직한 지형, 골목길, 계단길 등의 일부 원형을 보전하기로 했다. 사라져가는 주거지 생활사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주거지보전사업’은 재개발구역에서 기존 마을의 지형, 터, 생활상 등 해당 주거지 특성 보전 및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건축물의 개량 및 건설 등의 사항을 포함하여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3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주거지보전사업’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주거지보전사업’은 백사마을 전체 부지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예정된 4만 832㎡에 추진된다. 484세대의 주택과 함께 전시관, 마을식당, 마을공방 같은 다양한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수십년 간 이어온 마을 공동체가 정비사업 후에도 깨지지 않도록 하고자 했다. 나머지 부지 14만 6133㎡에는 노후한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최고 20층의 아파트 단지 및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특별건축구역’ 지정해 차별화된 건축디자인 유도
 
서울시는 백사마을만의 차별화된 창의적 건축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부지를 총 28개 영역(공동주택용지 5개, 주거지보전용지 23개)으로 나누고, 총 15명의 건축가를 배치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건축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특히, ‘주거지보전사업’ 구역은 일조권, 조경, 대지 안 공지 등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특별건축구역’은 주변과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이끌어 내기 위해 특별히 지정하는 구역이다. 지형과 어우러지고 주요 경관축을 확보하는 배치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열린 커뮤니티를 계획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 시 건축법에 의거한 일조권 등 일부 규정을 배제·완화 적용할 수 있다.

백사마을의 경우 단지 간 분리 방지 및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 실현을 위해 주민공동이용시설의 개방과 단지 경계부 차단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조건도 부여됐다.
 
행정력 총동원 33차례 소통 끝에
12년간 계속된 갈등 봉합, 사업추진 발판

 
‘백사마을’은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개발을 가로막았던 개발제한구역(1971년 지정)이 2008년 해제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그동안 낮은 사업성과 주민갈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정상화됐지만 설계안의 층수 등을 두고 주민 간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사업이 다시 지연됐다.

당초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낮은 사업성과 주민갈등 심화 등으로 2016년 사업을 포기하고,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2018년 국제지명공모방식으로 추진‧선정된 공동주택단지 설계(안)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저층 위주의 아파트보다는 평균 층수 16층 높이로 건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다시 발생했다.

서울시는 사업이 더 이상 정체되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적극적인 중재와 해결에 나섰다. 현장에 갈등전문가를 파견하고 서울시, 구청, 사업시행자, 주민 등이 참여하는 총 33회에 걸친 총괄MP 회의와 소통 끝에 갈등을 봉합하고, 지역특성과 주민요구사항을 반영한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이런 소통 끝에 공동주택 높이를 평균 층수 12층 이하, 최고 20층 이하로 의견을 모았고, 2019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가결돼 원활한 사업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울러, 이러한 심도있는 과정 및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거치면서 공동주택 세대수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였던 2012년 당시 계획보다 약 233세대가 증가되어 사업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했다.
 
백사마을 역사 보전 ‘전시관’ 건립,
원주민 재정착‧임대주택 품질향상 후속관리도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이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사업구역 내 마을전시관을 건립해 백사마을 마을공동체가 품고 있는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애환이 어린 삶의 기억을 보전할 계획이다. 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화 속에서 옛 백사마을의 추억이 기억될 수 있도록 ‘생활문화유산 기록‧발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시관에는 지난 2년여 간 서울시가 수집한 백사마을에 대한 기사와 영상, 논문 등 30여 점과 연탄난로‧건축도구 등 80여 점의 생활물품이 전시된다. 또한 ‘백사마을의 과거와 현재 사진 공모전’(300여 점 참여, 최종 52점 선정)에 나온 시민들이 직접 찍은 백사마을 사진들도 공개된다.

아울러, 백사마을의 현재 지형과 건물 내‧외부, 골목, 벽 등을 3차원으로 기록하는 3D 스캐닝 자료도 기록으로 남겨 전시할 예정이다. 3D 스캐닝 자료는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백사마을 물리적 공간 이미지 기록화 사업’을 통해 추진 중이다. 3D 스캐닝은 백사마을의 전체 지형, 건물 내․외부의 정확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마을의 대표성 있는 골목, 벽, 집 등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각종 학술자료, 건물 외벽 등에 영상을 투사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영상을 만들어 내는 미디어 아트, 가상세계의 형상들을 영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내 건축물이 50여 년 이상이 지나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2019년 8월부터 위험건축물 거주자 중 이주희망자를 대상으로 임시이주를 추진 중이다. 현재 전체 597가구 중 394가구(약 66%)가 이주를 완료했다.

아울러, 조기 이주로 인한 구역 내 빈집 증가에 따른 범죄와 화재, 건축물 붕괴 등 각종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 대책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다. 노원경찰서에 순찰강화 협조를 요청하고, 주민들을 중심으로 순찰조를 편성‧운영해 야간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방범용 카메라(CCTV)를 확대 활용하고 방범 관리사무실도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기존에 살던 주민들이 재정착하지 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원주민 비자발적 내몰림)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대주택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 자문, 계약심사 등을 통해 적정한 품질이 확보되었는지, 사업비는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한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우려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주거여건을 개선하고자 한다.
 
젊은 층 유입 통한 지역 활기 유도 및
다양한 공동체 활동의 메카로 변모 기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주민 재정착 제고 및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 고령자와 저소득층 거주자 비율이 높은 백사마을의 상황을 고려해 부담가능한 임대주택 공급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청년 창업자, 예술가, 대학생, 소상공인 등을 다양하게 유입하기 위한 ‘소셜믹스(social mix)+에이지믹스(age mix)’ 방식도 도입을 추진한다. 행복주택, 주민공동이용시설, 옹벽 하부 공간, 공유주택 등을 활용해 청년과 예술인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층의 적극적인 유입을 이끌어 내 지역 활성화 촉진은 물론 다양한 공동체 활동의 메카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중계본동 재개발정비사업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을 해소하고 서울 시민의 주택안정을 위한 공사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사마을은 재개발로 인한 기존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며 “다양한 유형의 재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적용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1967년 도심 개발을 위해 청계천‧영등포 등에서 살던 철거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며 마을이 형성됐지만 당시 주민들이 “마실 물도, 전기도 없었다”고 기억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사실상 난민촌에 가까웠다.

1980년대 이후 다른 이주 정착지들이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는 동안 ‘백사마을’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고, 2008년 해제 이후에도 정비사업은 장기간 정체됐다. 그러는 사이 ‘백사마을’ 내 건물들은 지은 지 50여 년이 지나 노후화되면서 전도,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동시에 마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지형과 터 등 공간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병기 기자 (press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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