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월 26일, 일요일


국토와교통

2021년 9월호
(통권 446호)


직원 20% 이상 감축…LH 혁신방안 발표


  김정현 기자     입력 2021/07/09 (금)



고위직 전체 취업제한

신도시 조사기능 국토부 회수

비위행위 따져 성과급 환수·고위직 보수 3년간 동결
 
정부가 땅 투기 의혹 사건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인력의 20% 이상을 감축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 또한 LH의 공공택지 입지조사 권한은 국토교통부로 회수하고 시설물성능인증 업무 등 중복 기능은 다른 기관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등이 점쳐졌던 LH 조직 개편안은 추가 의견수렴을 거치기로 함에 따라 결정이 유보됐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은 비대해진 LH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기능과 인력을 과감하게 슬림화하고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통제장치를 구축하면서 전관예우나 갑질 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한다. 신도시 등 신규택지의 계획 업무는 국토부가 직접 수행하면서 정보관리 수준을 높인다.

또한 시설물성능인증 업무와 안전영향 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정보화 사업 중 LH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사업이 아닌 것은 한국국토정보공사나 한국부동산원으로 이관한다. 아울러, 정부간 협력사업(G2G)을 제외한 신규 해외투자 사업은 중단하고 컨설팅 업무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넘긴다.

도시·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사업, 새뜰마을사업 등은 지자체로 이관하고 집단에너지 사업은 폐지한다. 이밖에 리츠 사업 중 자산의 투자·운용 업무는 부동산 금융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기능조정 통해 직원 2000명 이상 감축
 
이와 같은 기능조정에 따라 LH 인력은 1단계로 약 1000명 줄어든다. 정부는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조직에 대한 정밀진단을 거쳐 1000명 이상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1만명 수준인 LH 인력이 20% 이상 감축된다. 본부와 처, 실도 통합돼 본사 9본부 체계가 6본부 체계로 개편된다.

정부는 LH 경영관리 혁신에도 나선다. 향후 3년간 고위직 직원의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상비 10% 삭감, 업무추진비 15% 감축을 추진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도 제한한다. 작년도 경영평가 시 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해당연도 평가결과를 수정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할 예정이다. 퇴직자의 경우 자진반납을 원칙으로 하고 불응시 소송 등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다.

또한 출자회사의 경영성과 등을 검토해 부실회사 출자지분을 정리하고 핵심기능 외 신규 출연이나 출자사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비핵심 유휴자산은 매각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현재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 임금피크제 인원과 기간을 공공기관 평균수준으로 축소한다. 직무에 따른 합리적 보상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중심 보수체계를 새로 도입한다.
 
고위직 전체 3년간 취업제한 확대
 
한편,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취업제한(3년) 대상자를 현재 임원에서 2급 이상 고위직 전원으로 대폭 늘린다. 현재 임원은 7명이고 2급 이상 직원은 529명인데 정부는 2급 이상 상위직의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인력을 106명 감축할 예정이다.

퇴직자가 소속된 기업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에 수의계약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퇴직자가 본사나 지역본부 사무공간에 출입하거나 직원이 퇴직자와 골프 등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한 설계공모나 공사입찰 등 각종 심사를 위한 위원회에서 LH 직원은 배제하고 임대주택 매입 시 직원과 친척의 주택은 제외하기로 했다. LH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공 정비사업 시행 시 공사비 내역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아울러, LH 직원이 토지를 부당하게 취득할 수 없도록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연 1회 부동산 거래조사를 시행한다. 모든 직원은 실사용 목적 외에는 토지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수요 목적 외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하면서 이를 처분하지 않는 직원은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한다.

이와 함께 보상부서 등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불법 투기를 할 우려가 큰 부서를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또한 임직원이 보유한 토지현황을 신고하고 관리하기 위한 ‘임직원 보유토지 정보시스템’을 마련하고 신도시 등 사업지구를 지정할 때 지구 내 토지소유자 정보와 임직원 보유토지 정보를 대조해 투기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한다.

이밖에 LH 임직원의 위법하고 부당한 거래 행위와 투기 여부를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준법감시관 제도를 도입한다.

이날 LH 조직 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노형욱 장관은 “LH 조직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되며, 주거복지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원칙 하에 추후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8월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안 미뤄져…‘김빠진 혁신안’
 
인력의 20% 이상 감축하고 취업제한 임직원의 수를 500명선까지 대폭 올리는가 하면 과거의 잘못된 업무를 찾아내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하는 등 LH로선 뼈아픈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LH 조직 개편안이라는 점에서 다소 김빠진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LH 조직개편 방안은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하고 청문회와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세 가지 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1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2안,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다.

원래 정부가 제시한 안은 3안, 즉 지주회사안이었다. 주거복지 기능을 떼어내 주거복지공단으로 만들고 토지·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둔다는 안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LH의 해체에 가까운 쇄신안을 공언해온 터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LH를 기능별로 완전히 분리하는 정도의 조직개편안을 요구했고 결국 당정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로선 지주회사안을 통해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정부의 공공임대 등 저소득층 주거지원을 골자로 한 주거복지 사업은 주로 LH를 통해서 추진되고 있고 이 막대한 비용을 LH가 토지·주택 사업을 통해 충당하는 ‘교차보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LH의 주거복지 사업에서 1조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는데 LH는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3조원을 벌어 주거복지 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나머지 1조 5000억원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정부배당 등을 해 오는 식이었다.

그런데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을 완전히 분리해 ‘남남’으로 만들어버리면 교차보전이 매우 어렵게 된다. 주거복지와 다른 사업 부문을 분리한다고 해서 아예 교차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그 근거를 만들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안은 LH의 토지와 주택 기능을 분리해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체제로 돌아가는 것으로, 개발사업 독점 문제가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2·4 대책 등 공급대책의 차질이 우려되는 내용이다.
 
‘해체’ 여론 vs ‘주택공급’…딜레마 빠져
 
당정은 초유의 땅 투기 사태를 일으킨 LH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강력한 페널티를 원하는 국민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지난해 5·6대책과 8·4대책, 올해 2·4대책 등을 통해 LH가 주도하는 주택공급 방안을 쏟아낸 정부로선 LH의 기능이 과도하게 축소돼 이 역할에 차질이 생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주거복지에 대한 LH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LH의 공공임대 공급 등 주거복지 사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H 법정자본금을 35조원에서 45조원으로 증액한 LH법이 시행된 것이 올해 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늦게나마 공공임대주택 지원단가를 상향하는 등 주거복지 부문 재정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은 세 가지 안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8월까지는 적절한 안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LH 혁신 방안에서 신도시 등 신규택지 발굴 등 업무는 LH에서 국토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는 전국에 걸쳐 있는 택지 발굴 업무를 국토부 본부가 직접 수행한다는 것으로, 국토부 인력 구조상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에 공공택지조사과를 신설해 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전담 인력은 20명 내외로 계획되고 있다. 현재 LH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은 113명으로 훨씬 많다. 하지만 113명이 택지 기획 업무만 전담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명 내외로 관련 업무를 해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토부 인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신도시 등 신규택지 조성 업무는 변함없이 LH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신규택지의 조성단계에선 더 이상 관련 정보가 보안 정보는 아닌 데다 LH 직원에 대해선 삼엄한 내부통제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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