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시러 갑니다! 전국 양조장 투어 한국관광공사 입력 2025/05/13 (화)  봄날 풍류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전국의 술 익는 양조장에서 마신 술 한 모금, 편의점 술 열 캔이 부럽지 않다. 봄꽃 흐드러진 산 아래서, 눈이 맑아지는 초록 밀밭 앞에서 기울인 술잔은 오래도록 달큼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경기 포천 산사원 ‘물을 품은 곳(抱川)’이란 지명 그대로다. 포천은 물이 맑아 술맛 또한 깊은 고장이다. 포천 운악산 자락에 들어선 산사원은 전통주 제조 기업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전통술 박물관이다. 전통주 관련 전시·체험·양조의 기능을 모두 아우르기에 전통술 복합문화공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산사원은 본관과 야외 정원으로 나눠진다. 본관 2층 전통술박물관은 전통주 종류부터 소줏고리·술독 같은 술 빚는 도구까지 우리 술에 관한 전시를 연다. 1층 우곡기념관에선 ‘누룩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한국 전통술의 큰 스승, 우곡 배상면 선생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시음 체험. 배상면주가에서 주조하는 다양한 술을 음미하며 기분 좋은 취기를 느낄 수 있다. 산사춘·느린마을 막걸리·딸기 칵테일 등 각종 술을 양껏 맛볼 수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평이 자자하다. 야외 정원에는 잔디밭을 중심으로 전통술 숙성고 ‘세월랑’, 정원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누각 ‘우곡루’, 누룩 전시 공간 ‘부안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집 가(家)’에 ‘빚을 양(釀)’. 집에서 만든 술인 가양주는 우리 술의 특징이다. 농사일과 제사, 손님 접대에 술이 빠질 수 없다 보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정에서 술 빚는 풍습이 있었다. 지역과 가문, 빚는 사람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했다. 산사원의 가양주 체험은 1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처럼 술을 빚는 시간이다. 쌀과 물, 누룩. 단출한 재료가 술이 되는 과정을 알 수 있고, 만든 술은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체험은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600ℓ가 넘는 대형 옹기 400여 개가 늘어선 세월랑은 산사원 최고의 포토존이다. 술독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사진을 남겨보자.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에서 보글보글 막걸리가 익는 동안 강산이 아홉 번 바뀌었다. 1933년 문을 연 신평양조장은 100년을 바라보는 술도가이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손자로 3대째 이어지는 동안 술맛은 조금도 변치 않았다. 양조장의 대표 술은 청와대 건배주로 쓰인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2대 김용세 씨가 스님이 연잎차를 마시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말려서 덖은 연잎을 잘게 부수어 술에 넣는데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 대신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다. 90여 년 된 고택과 새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양조장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방문객이 견학할 수 있는 공간은 양조갤러리와 신평양조뮤지엄, 두 곳이다. 양조갤러리에선 막걸리 제조 공정을 둘러본 뒤, 장인이 지극한 정성으로 빚은 4종 술을 맛볼 수 있다. 쌀 창고를 리모델링한 신평양조뮤지엄은 연잎 막걸리를 손수 빚으며 한국형 브루어리 투어를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이다. 신평양조장의 대표 체험은 단연 연잎주 막걸리 빚기 체험이다. 당진 해나루쌀로 지은 고두밥, 깨끗이 씻어 덖은 연잎 등 모든 준비물이 제공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내 손으로 버무린 막걸리는 집에 가져가 일주일 정도 발효하면 막걸리 원주(原酒)가 된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다른 체험도 눈여겨보자. 막걸리 제조 과정이 그려진 한지를 나무 등에 붙여 무드 등을 만들거나(40분 소요), 쌀누룩으로 천연 아로마 입욕제를 만들면(45분 소요) 근사한 기념품이 될 것이다. 양조장 견학과 체험은 예약이 필수다. 개인 고객은 온라인(네이버)에서, 15인 이상 단체 고객은 전화 예약을 하면 된다. 경북 안동 맹개술도가 소주는 쌀로만 만든다? 답은 X.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맹개마을에선 밀로 소주를 만든다. 맹개술도가의 박성호 대표는 밀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재배한 밀로 소주를 빚는 양조인이다. 한창 술을 연구하던 시절, 16세기 안동 선비가 쓴 고조리서 ≪수운잡방≫에서 밀소주에 관한 기록을 발견하고 확신이 생겼다. 활자로만 남아 있던 전통주가 500여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1세기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진맥’이란 이름은 밀의 옛말이다. 안동 북쪽 끄트머리, 낙동강과 청량산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 섬 맹개마을에 맹개술도가가 있다. 육로가 없어 트랙터를 타고 물길을 건너야 하는 오지이자 퇴계 이황 선생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라고 찬탄했던 풍경의 일부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10만㎡(3만여 평) 크기의 광활한 밀밭이 펼쳐진다. 여기서 진맥소주 원료인 유기농 통밀을 수확한다. 밀밭 옆에는 토굴 숙성고 ‘술그리다’, 숙박 시설 ‘소목화당’, 체험 공방 ‘밀그리다’가 있다. 국내 유일의 밀소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밀소주에서 정말 통밀빵 같은 풍미가 나는지 궁금하다면 양조장 투어가 딱 맞다. 밀 씨앗이 한 방울 술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다양한 도수의 소주를 시음할 수 있다. 투어는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는 것부터 시작이다. 산 아래를 깎아 만든 숙성고에는 술 익는 냄새가 구수하다. 오크통과 항아리에 담긴 소주 원액이 최대 3년까지 숙성되는 중이다. 투어 막바지에는 다과를 곁들여 진맥소주 3~4종을 시음할 수 있다. 달짝지근한 곡물 향이 목을 타고 알싸하게 넘어가는 순간, 안동의 땅과 햇살을 마신 것이나 다름없다. 양조장 투어는 온라인(네이버) 또는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맹개마을은 2024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체험휴양마을이기도 하다. 자연 속 고립을 자처하는 이들을 위해 각종 체험을 곁들인 팜스테이도 운영한다. 황금 밀밭이 미풍에 춤추는 초여름, 메밀꽃 오종종히 피는 9월이 특히 아름답다.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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