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20일, 수요일  


실향민 땅 문서 처리 문제


병현 박사의 북한 땅 이야기

북한 땅 문서
한국문학에 대하 장편소설의 계보를 연 ‘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碧初) 홍명희(1968년 작고)는 한국전쟁 중 월북하면서 충북 괴산에 있는 토지 16만 7500여 평을 관리인에게 관리해 달라고 맡겼다. 관리인은 1995년 “홍명회의 가옥 수리비용을 마련하겠다”며 일부 토지 매각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록 북한에서 부총리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홍명희의 토지 소유권은 남한 사법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관리인이 집수리를 위해 홍명희 재산을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사는 홍명희 후손들은 괴산 땅을 되찾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홍명희 후손들도 대한민국 헌법상 한국인인 만큼 상속등기만으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땅을 두고 온 실향민들도 통일 후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북 5도청이 1970년 가호적(假戶籍) 취득시 집계한 1세대 실향민은 대략 546만 명이다. 이중 1% 정도가 토지등기권리증 등을 소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실향민들은 북한에 두고 온 재산 찾기가 통일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지󰡐재산포기 선언’을 하겠지만 1세대 실향민 중에는 조상의 뼈가 묻힌 선산(先山) 등의 소유권에 집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간 홍콩의 주권에 대한 중국과 영국간의 협상에서도 핵심의제는 토지였다. 영국여왕으로부터 땅을 임대받은 홍콩기업들이 귀속 후 중국이 임대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임대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당황한 영국정부는 “임대료 수입을 중국과 나누겠다”며 가장 먼저 토지문제를 매듭지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북한 땅에 대하여 어떠한 방침도 확정된 것이 없다. 관심있는 사람은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에 사는 최씨 시아버지는 통일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함경북도 순천시 풍산면 고읍리에 두고 온 집과 논밭의 번지를 외우면서 등기부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최씨는 가끔 주변에서 분단 전 북한의 땅문서를 가지고 왔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통일되면 주변 사람들은 땅을 찾는데 자기만 찾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시아버지의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최씨가 필자를 찾아와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국가기록원(http://www.archives.go.kr) 대전청사를 방문해 지적원도를 발급받고, 구글위성영상과 북한이 발행한 5만분의 1 지형도, 북한 지리정보시스템 ‘삼천리’ 지도집에서 해당 토지를 찾아 지적원도와 관련 지도, 토지이용현황 등 일건의 서류를 작성하여 건네주고, 월남 이전 같은 마을에 살았거나 소유 관계를 알 수 있는 사람에게 인우보증을 받아 공증해 놓으라고 알려주었다.

이와 같이 땅문서를 가져 오지 못한 사람이 있는 반면, 북한 땅에 대한 등기권리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전체 실향민의 약 7.2%는 북한 토지개혁 이전의 소유권 확인이 가능한 토지등기권리증을 소지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북한 토지의 재산권 해결 방안에 대한 검토가 뒤따를 것이고 원자유자에게 반환이 결정되면 두고 온 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만약 원소유자 반환 원칙이 결정되면 그 대상 토지는 약 189만ha로 추정된다. 
 
통일과 토지소유권  
실향민들의 기대와 같이 통일 이후 토지소유권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한다는 헌법에 따라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의 소유권을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70년 이상 점유하고 사용한 북한 주민의 연고권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북한 토지소유권 처리는 법률과 현실적인 측면에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토지소유권 처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통일방안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지만 아직까지 통일국가를 형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분단이 장기화되어 남북한 간에 이질화가 심화되고 동족 사이에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져 있다. 이런 과정에서도 남북한은 통일을 위하여 나름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협상을 진행하였다. 199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변화는 남북한의 통일정책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간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민족사의 전환점이 될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여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2007년에는 6·15공동 선언의 적극 구현,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 관계로의 전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 한반도 핵(核) 문제 해결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적극 활성화,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연방제 또는 남한이 북한으로 흡수되면 북한지역의 토지소유권 문제는 북측 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연방제 또는 북한으로 흡수통일이 되면 토지소유권 처리 방식이 매우 복잡해진다. 따라서 통일은 합의통일이 되어야 하고 흡수통일이라 하더라도 남한 중심의 흡수통일이 토지소유권 처리에 바람직한 방안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북한 토지소유권 처리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토지 소유자 입장과 토지문서 소유 여부를 떠나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보다 큰 논의와 협의를 거쳐 결정될 사항이다. 통일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통일헌법에 처리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토지문서 소유 여부와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전적으로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헌법상 북한 토지도 우리 땅이고, 월남자와 월북자가 지금까지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기소유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기존 북한 주민들의 점유권 해결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호적제도를 폐지하여 원소유자와 그의 상속인을 입증하기 어렵고 소유권 회복 문제의 객체(땅)뿐만 아니라 주체(원소유자) 확인도 쉽지 않다. 설상 원소유자에게 반환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점유하고 있는 북한 주민이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할 것이며, 권리실효의 원칙을 주장하여 원소유자의 권리주장을 배척할 수도 있다. 실제적으로 월남자들의 토지 소유권 회복에는 법률적·현실적으로 장애가 많을 것이 예상된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119회 남북 법대법 프로그램에 출연한 변호사님들도 “남북한이 토지개혁을 할 때 정책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통일이 되더라도 단순히 땅문서만 가지고는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북한지역 토지소유권 처리방안
변호사들의 지적과 같이 북한 지역 토지소유권 처리 대상은 북한 당국이 ‘무상몰수 무상분배’ 식으로 실시한 토지개혁과 함께 1953년 이후 북한에 편입된 남한 지역, 1953년 이후 수복지구 토지가 해당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을 통하여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원칙하에 토지개혁을 단행하고, 1948년 8월 8일의 북한 헌법에 의하여 추인되었다.

북한이 행한 몰수대상자의 타당성 문제와 함께 토지개혁에 의한 토지 몰수자들의 소유권과 함께 당시 몰수된 토지를 분배받은 사람들의 토지소유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그리고 남한의 토지개혁으로 이루어진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토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남북한이라는 지역적 차이에 따라 토지의 문제가 전혀 다르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남북한에서 이루어진 토지개혁조치는 정권의 정통성이나 법률의 문제를 떠나 상호간 정부체제수립을 위한 지배수단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1953년 이후 북한에 편입된 남한지역 토지소유권 처리 문제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는 1958년 농업협동화를 완료함으로써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이후 북한은 1977년 ‘토지법’, 1990년의 민법전 그리고 1992년의 헌법을 통하여 사회주의적 소유권을 확립하였다. 그러므로 1950년에서 1953년 사이에 남한지역에서 북한지역으로 넘어간 지역의 소유권은 당연히 북한의 소유권방식에 따라 처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해방 당시 38선 이남지역이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북한지역으로 편입된 토지의 경우 토지개혁과는 다른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953년 이후의 수복지구 토지처리 문제이다. 1953년 7월 27일에 발효된 한국정전협정에 의하여 남한지역으로 편입된 지역이 해당된다. 38선 이북이면서 휴전선 남쪽인 지역으로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ㆍ양양 등이 해당된다. 수복지구는 해방 이후 북한 땅이 되었고 한국전쟁 직후 수복지구는 유엔군사령부의 군정이 실시됐다가 1954년 11월 우리 정부로 행정권이 넘어와 유엔군사령부 통치를 거쳐 대한민국 땅이 되었다.

이 지역은 북한 점령 시기에 토지개혁이 실시되었다. 북한은 1946년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의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고농과 소작농이 중심이고 지주와 부농은 땅을 내놓아야 했다. 토지 몰수와 분배를 통해 계급으로서의 지주와 소작인은 사라진다 해도, 한 마을에서 지주와 소작인이었던 이들이 얼굴을 맞대고 살면 지주들의 위신과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주를 다른 지역으로 쫓아냈다. 어느 지주는 2만평 가운데 3000평을 빼고 나머지가 소작인에게 분배됐다.

한국전쟁 이후 지주가 돌아와 관리인을 거느리고 소작지마다 다니면서 소출을 확인한 뒤 50%의 소작료를 거두었다. 지주는 해방 직후 땅을 팔고 월남했다가 전쟁 뒤 인제로 돌아와서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주민들은 등기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 금액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강원도 수복지구와 경기도 파주군 장탄면, 군내면, 진서면, 진동면에 대하여는 1958년 ‘수복지구에 대한 농지개혁법’과 ‘수복지구에 대한 농지개혁법 시행에 관한 특례에 관한 건’ 및 1983년 12월 ‘수복지역내 소유자 미복구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어 수복지구의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복구하였다. 이 특별조치법은 북한의 토지문제의 해결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으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지역 토지소유권 처리 문제는 남한 땅과도 관련성이 깊다.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남한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소유권 문제도 해결해줘야 한다. 남한사람의 북한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면 월북자의 남한 토지 소유권도 인정해 줘야 형평에 맞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반민족행위자, 일본국가 또는 일본인 소유의 토지는 남북한이 마찬가지로 몰수대상이었던 만큼 원상회복은 물론 보상청구도 할 수 없으며, 북한에 있는 땅 중 만일 분단되지 않았더라면 남한의 농지개혁법에 의해 몰수되었을 농지도 물권적청구권(物權的請求權) 주장은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설명한 토지는 통일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며, 또 통일 후의 정치 및 경제체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을 가지게 될 지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따라서 엄청난 재산 소유권의 향방이 달려있는 관계로 북한 지역 토지소유권 처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동시에 통일 후 한반도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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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조병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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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연재 > 영토이야기
발행일 2018년 12월 06일 (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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