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5일, 금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6월호
(통권 431호)


“사람이 먼저”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 개편 정책세미나 열려


  김정현 기자     입력 2019/05/08 (수)



보행자우선도로 도입, 보행권 강화나서

주택가의 좁은 도로나 상가가 밀집한 보행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자동차와 사람이 뒤섞이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3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자동차를 타고 운전을 하다가 사망하는 사고는 OECD 대비 양호하지만 걸어가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는 OECD 1등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이러한 도로에서 보행자의 통행권을 강화하기 위해 보행자우선도로 지정·관리 및 해당 도로 내 속도 하향을 규정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생활도로구역 속도하향, 횡단보도 주변 보행자 보호 강화, 보호구역 내 무신호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화 등 보행자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4월 8일에는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로의 개편을 주제로 교통안전 정책세미나가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주승용 국회부의장, 바른미래당 임재훈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조상명 생활안전정책관, 손해보험협회 최윤석 자동차보험본부장,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윤석범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주승용 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차량이나 운전자 중심이 아닌 사람이 우선하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체계 패러다임 전환 필요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되고 국무조정실 국민생명지키기추진단 정양기 팀장은 교통안전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8년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50%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로 교통안전 제도와 인프라를 개선하고 운전자의 안전운행 의식을 강화해 교통안전 문화를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정부는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알림서비스와 통학버스 운전자격제도를 도입해 나가기로 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정 팀장은 “어른들이 안전벨트를 매면 아이들은 커서 운전을 할 때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하게 된다”며 올바른 교통안전 문화의 확산을 강조했다.
 
 
 
걷고 싶은 도시, 지역활성화 원동력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오성훈 박사는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보행자우선도로의 법적위상과 도입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먼저 12m 소로는 전국에 6300여㎞로 77.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로에 보도가 설치된 구간은 34.9%에 불과하다. 특히 국도의 경우에는 마을을 통과하는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보도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6m 미만의 소로에서 보행자 사고건수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차로와 보도의 분리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에도 보도가 분리되어 있으면 전방에서 보행자의 등장을 우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속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영국 런던의 경우에는 도로 패턴 디자인을 통해 보행자의 자유로운 통행과 차량의 저속 운전을 유도하고 있다. 걷고 싶은 도시, 앉아서 쉴 수 있는 도시, 보행자와 함께하는 살기좋은 도시가 되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지역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세종대로, 종로, 덕수궁길, 청계천로 등에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였으며 종로구 북촌로 5길에서도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여 국립현대미술관과 삼청동 정독도서관 일대에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으며 다양한 거리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서울시에서는 차 없는 거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었으나 법률적 기반 부족으로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상진 박사는 이면도로, 횡단보도, 교차로에서 보행자 우선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 박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점선과 실선의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교차로에서 실선은 일시 정지 후 출발을 의미한다. 영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실선구간에서 반드시 멈췄다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교차로에서 점선과 실선의 의미는 교통사고 분쟁심의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무신호 교차로인 회전 교차로의 명칭을 국민들이 알기 쉽게 정지 양보 교차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법 제8조제2항 개정 필요
종합토론이 마무리되고 서울대학교 하동익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책임연구원은 “도로교통법 8조에서 보행자가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통행해야 한다는 법적의무가 있다”며 “이제는 운전자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8조제2항에는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도로의 좌측 또는 길가장자리구역으로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가나 상가 밀집지역 골목길에서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행자가 자동차의 통행에 위협을 주지말라고 법적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 휴대폰 사용이나 잡담, 불법주정차 등 다양하지만 주거지나 상업지역 혼용도로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제도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아주대학교 김지엽 교수는 “보호구역에서 30㎞도 빠른 속도이기 때문에 2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보호구역은 최대 20㎞이며 일부는 보행자보다 느리게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좌장인 서울대학교 하동익 교수는 “주택가나 상가 밀집지역에서는 지장물과 보행자 등으로 현실적으로 30㎞를 넘을 수 없다”며 동의했다.
 
 
 
“어린이·노인·장애인…보행자로 개념 통합해야”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수석연구원은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장애인보호구역 등 용어를 보행자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노인보호구역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하여 지역사회에서 반기지 않으며 심지어 당사자인 어르신들도 싫어한다는 것이다. 특정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보행자로 개념을 통합하여 지역사회가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에 덧붙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윤호 안전정책본부장은 “스쿨존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보행로 주변 전체를 통학로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통행하는 구간은 학교 주출입구 일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통학로 전체이기 때문에 지역 일대를 아우르는 보행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행자 사망사고 40%, OECD 2배 불명예
서울특별시 김세교 교통안전팀장은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법제도를 개선하여 끌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보행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문화홍보를 통하여 시민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이정원 교통안전복지과 사무관도 “세종시에서 새벽에 출퇴근을 하다보면 점멸신호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꺼져 있어 달리는 공사차량을 마주하고 건너며 보행자로서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며 “보행자가 나타나면 속도를 낮추고 보행자를 배려해 언제든 서주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조재형 교통운영계장은 “법률 개정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며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도로구역, 노인보호구역 등 새로운 제도가 속출하고 있어 차별화가 없다면 보행자우선도로 또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도로 묶는 것보다 운전자에게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여하여 폭넓게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행정안전부 이종수 안전개선과장은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의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통안전문화의 교육과 홍보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좌장인 서울대학교 하동익 교수는 “최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6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OECD 선진국 평균치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보행자가 사망사고의 40%를 차지하는 시점에서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사고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ltmkjh@lt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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