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 목요일  


향후 남북경협 주도할 도시들 성장 잠재력은?


“향후 남북경협 주도할 도시들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성장 잠재력 고찰”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의 저자 건설엔지니어이자 시인 박원호 기술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과연 북한 도시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안다고 해도 평양과 개성에 관해 ‘들은 풍월’ 정도가 아닐까. 만약 국제 경제제재가 풀리어 당장 남북경협이 재개된다면 어떨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고 곧이어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물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경제특구로 지정된 소위 꼭짓점 도시들, 예컨대 신의주, 나선, 해주, 남포, 원산, 청진, 함흥, 혜산 등이 남북경협의 베이스캠프로 떠오를 날이 올 것이다.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는 평양에서 혜산까지 북한의 10대 도시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공허한 해설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역 건설엔지니어의 시각에서 현실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 미래지향적 관점과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북한경제를 지탱하고 있고 나아가 남북경협을 주도할 도시들에 대해 입체적 분석과 성장 잠재력을 고찰하고 있다. 부록으로 들어간 북한통 학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와의 대담도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본지 <국토와교통> 2019년 5월호까지 11회에 걸쳐 ‘북한도시 열전’이라는 꼭지로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다시 엮은 것이다. 지난 연재는 북한 도시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를 했다.

저자 박원호 기술사는 현직에 있는 건설엔지니어이면서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그동안 해외 건설기행 관련 책들을 여러 권 발간한 바 있다. ‘인프라의 걸작들’, ‘실크로드 차이나에서 일주일을’,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 등 그동안 펴낸 책들은 주로 다른 나라 견문록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재작년부터 북한의 도시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탐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여기에 ‘북한 10대 도시 탐사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는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가 나오기까지 숨은 이야기를 저자로부터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Q 1.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북한도시열전’이란 꼭지로 연재를 한 바 있습니다. 그 원고들을 다시 갈무리하여 이번에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탈북민이나 북한 관련 단체 소속이 아닌 건설엔지니어가 발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박 기술사께서는 그동안 주로 해외 건축물이나 도시들을 대상으로 책들을 펴냈습니다. 이번에 ‘북한의 도시’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초대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북한 10대 도시에 대해 연재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실제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도시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모험이자 도전이었습니다. 비록 입문서 성격이지만 북한 10대 도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북한의 도시’는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건설 엔지니어들에게도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곧 ‘양질의 일감’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의 건설시장은 가성비 최고의 시장, 건설엔지니어들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륜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도시에 대한 관심은 2007년과 2008년,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관련 논문과 서적들을 읽어왔습니다. 2017년 7월부터 월간 <국토와교통>에 11개월 동안 연재를 했고 이번에 이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입니다. 이 책의 강점은 북한의 10대 도시들에 대한 알짜배기 정보를 단 한 권으로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Q 2. 책 속에는 북한을 대표하는 10개 도시를 소개했습니다. 그 선정 기준은 무엇입니까?
 
우선,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보고 싶습니다. 만약 남북경협이 재개된다면, 당신이 가장 투자하고 싶은 도시는 어디일까요?
10개 도시 선정 기준은 남북경협 차원인 동시에 건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골랐습니다. 평양, 개성, 신의주, 나진, 원산, 함흥, 청진, 해주, 남포, 혜산, 이상 10대 도시입니다. 인구 기준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 이미 국제적으로 공포해 놓은 ‘경제특구’ 도시들이기도 합니다. 이들 도시는 주로 국경이나 해안가에 있는 도시, 소위 ‘꼭짓점 도시’들로서 육로 및 해상 교통이 원활한 도시들입니다.  
 
Q 3. 10대 도시 중 저자로서 최고로 꼽고 싶은 도시는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산을 꼽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천지개벽! 변화가 눈부시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도시입니다.
그 이유는 원산은 ‘금강산 국제관광특구’에 포함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원산의 갈마반도에는 이미 외국인 대상 최고급 호텔들이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고 주변에 관광 인프라가 잘 완비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금강산(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은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원산은 금강산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의 베드타운으로 최고입니다. 이를 위해 금강산~원산고속도로(190km)가 이미 완비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마식령스키장은 올림픽 경기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국제 규모입니다. 세포등판기지는 세계최대 목장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게 최상급 스테이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DMZ 생태관광’, 다음으로 강릉 경포대 관광으로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양~금강산~강릉~서울이 순환 관광투어로도 최상의 일정을 짤 수 있습니다. 남북한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이니까요. 
 
Q 4. 북한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탐독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도시를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출판 전후 ‘북한’ 또는 ‘북한의 도시’들에 대한 견해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등잔 밑이 어둡다’ 정도가 아닙니다. ‘빙산의 일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조금 안다고(?) 여겼던 도시들은 평양, 개성, 신의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매달 1개씩 북한 도시들을 골라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부분, 전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탐사를 거듭하는 동안 빙산의 거대한 아랫도리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그 아랫도리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궁금하십니까? 책 속에 밝혀 놓았습니다.
 
Q 5. 북한 도시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점이 있다면 남한의 도시들이 차용할만한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도시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우선 대중교통이 편리해야 합니다. 북한에는 오로지 평양에만 지하철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녹지공간이 많아야 합니다. 서울에 비해 평양은 그야말로 ‘공원의 도시’입니다. 녹지공간이 많은 데다 상업광고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보다 훨씬 더 쾌적한 편이라고 합니다.

특히 평양은 사회주의 이념이 반영된 최고의 도시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초토화가 된 이후 러시아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지원 하에 완전히 새롭게 건설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체제선전용 거대건물들의 전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남한의 도시는 사유재산, 자본주의 도시들로 상당 부분 난개발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Q 6. 북한 10대 도시들 중에는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료조사만으로 이 책을 집필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혹시 순도 높은 북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비밀 채널이 있는 건 아닌지요?
 
북한 도시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홍수 나면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북한 도시 정보원(source)을 차례로 소개해 볼까요?
첫째는 공영방송, 종편방송의 북한 소개 프로그램입니다. 예컨대, ‘남북의 창’, ‘모란봉클럽’,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등. 이들 프로그램이 가장 기본상식인 셈이지요. 다음으로 북한 관련 도서, 탈북민 수기에서부터 평양근무 외교관 수기, 북한 도시 관련 논문, 통일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북한도시정보 아카이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튜브 채널의 북한 도시 동영상입니다. 그중에는 ‘조선의 오늘’처럼 북한 당국이 홍보 목적으로 올린 동영상들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자나 중국 관광객들이 올린 기행문이 있습니다. 남다른 주특기라면 저는 중국어 해독 능력이 있기에 중국 언론사의 북한 기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답니다.
 
Q 7. 남북경협의 재개로 북한의 건설시장이 열릴 때를 대비에 건설업계와 건설기술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이 책 이외에 강추할 만한 책이 있다면 한두 권 소개바랍니다.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쓸 수는 없습니다. 북한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준비한 만큼 열리는 법입니다. 영어 회화를 할 수 없는데 해외 공사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 건설시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건설시장이 열리면 북한 도시들이 베이스캠프가 될 것은 불문가지이며, 이 책 한 권이 북한 도시에 대한 속성 입문서로 전무후무한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건설엔지니어들에게 강추할 만한 도서로는 두 권만 소개합니다. 첫째는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이선 효형출판, 2018), 둘째는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평양 도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시각>(임동우, 효형출판, 2011) 등입니다. 나머지는 이 책 부록에 강추 도서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8. 박원호 기술사께서는 ‘여행이 곧 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여행법이 있으신지요?
 
저는 여행을 혼자 가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여럿이 같이 가면 언제나 기대효과보다 만족도도 훨씬 높습니다. 구성원들은 다양한 전공일수록 더 좋습니다. 관심은 비슷하지만 ‘노는 물(전공)’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여행하는 동안 ‘돌 깨지는 소리’를 시시각각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감동하지 않는데 어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감동을 많이 할수록 책을 쓰고픈 욕구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Q 9. 그동안 발간한 책이 10권 이상인 줄 알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건설엔지니어들을 위해 글쓰기, 책쓰기의 비법을 공유하신다면?
 
그동안 제가 쓴 책은 시집 4권에 견문록 성격 7권째입니다. 시집이건 견문록이건 건설엔지니어 관점에서 쓴 책들입니다. 제 나름 글쓰기의 비법을 굳이 소개한다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함부로 쓰는 것! 밴드의 댓글이건 문자 메시지건 자주 쓰는 겁니다.
필력(筆力)도 힘! 힘은 근육에서 나옵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려면 어떤 글이든 자주 써야 합니다. 댓글이든 문자 메시지든 간에 자주 써야 합니다. 초보 야구선수가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겠다고 덤벼서야 되겠습니까.

둘째는 사색 말고 검색부터! 우선 팩트 체크, 자료조사 후 일정순서를 따라 갑니다. 
글이란 말로써 집을 짓는 것입니다. 감성만으로는 집다운 집이 될 수 없습니다. 논리적인 글이란 역시 집짓기처럼 순서가 있습니다. 설계도서 작성, 기초공사, 골조공사, 마감공사 순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는 정기적금 하듯이, 꾸준히 글을 쓰되 퇴고도 잘 해야 합니다. 
밴드이건 블로그이건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소개하는 겁니다. 다만 상투적인 글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맛깔 나는 글은 역시 사색의 결정체! ‘남들은 이 주제를 어떻게 요리했을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책들도 섭렵하는 겁니다. 퇴고 역시 만족스러울 때까지 하는 겁니다. 
 
Q 10. 마무리 삼아 후속작에 대한 계획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북한 도시들에 대한 탐사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월간지에 ‘북한의 산하, 북한의 인프라’(가제)라는 주제로 연재를 하고 싶습니다. 건설엔지니어 관점에서 통일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는 일입니다.

끝으로 이 책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는 그야말로 입문서입니다. 현지답사를 가지 않고 쓴 책이라 곳곳에 허점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뒷표지에 ‘미완의 건설기행문’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오류를 발견하신다면 수고스럽더라도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판을 인쇄하게 된다면, 오류 부분을 성실히 반영할 작정입니다.

끝으로 ‘북한의 건설시장은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미래!’ 맞습니다. 다만 그 미래는 사전에 준비하는 자에게만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병기 기자 (press1970@naver.com)
필자 박병기 기자
분류 인터뷰 > INTERVIEW
발행일 2019년 11월 06일 (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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