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7월 21일, 토요일  

left_banner04.gif

자책과 내 탓

 
자책골

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 등 구기 종목에서 실수로 자기 골대에 공을 넣어서 실점하는 경우가 간혹 나온다. 이를 자살골이나 자책골이라 한다. 특히 축구에서는 작전상 그러는 수도 있었다. 맞바람이 너무 불어서 골키퍼가 공을 차올린 게 반대방향으로 튕겨서 자책골이 된 희한한 일도 있었다. 어떤 수비수는 경기 막판에 관중이 분 호루라기 소리에 이긴 줄 알고 너무 기뻐서 자기 팀 골대에 공을 차 넣어서 자책골이 됐다. 미국 월드컵(1994년) 후 콜롬비아 국가대표팀의 한 수비수가 자책골을 한 때문에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자살골이라는 말은 공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책(自責)’이란 자신이 불리하게 되는 언행을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책관념(自責觀念)이라고 하여 자기가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망상적 관념이나 실제로 있는 사소한 일에 대하여 자기잘못이라고 심하게 나무라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 해도 될 자책을 하면서 고통을 사서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를 나무라는 데는 후회, 회개, 반성이 있다. 이들 용어는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아 바로잡으려는 이성과 의지의 실천개념이지만 자책은 감상에 빠져서 심하게 되면 정신적 자살이라고 할 만한 자기 파괴의 결과를 유발하는데 문제가 있다.
 
네 탓, 내 탓
부자 형과 가난한 아우가 집안 일로 대화를 한다. “야! 너네는 못사는 주제에 무어가 좋아서 온 식구가 늘 웃으며 지내니?” 아우가 되물었다. “형네는 돈도 많으면서 가족끼리 왜 서로 으르렁거리는 거요?” “네가 먼저 말해 봐.” “우리 가족은 무슨 일이든지 서로 ‘내 탓이요’라고 하니 다툴 틈이 없어요”라고 동생이 답했다. “바로 그거네! 내 집에서는 모두 ‘네 탓이야’라고 서로 나무라기만 하니 바람 잘 날이 없어. 어쩌면 좋으니?”라며 형은 한탄했다.

내 탓과 자책은 어떻게 다를까? 영어로 보면 자책은 blame oneself라고 하여 분명하게 자기를 나무라는 뜻이다. ‘내 탓’이라고 하면 ‘나 때문이야!’ 라고 잘못의 이유(reason)를 자기에게로 돌리지만 누군가를 감싸려는 이성적인 배려의 마음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골치 꺼리는 ‘네 탓’을 하는 사람들이 ‘내 탓’을 하는 사람보다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주변에서나 언론에서 보면 온통 ‘네 탓’ 타령으로 시끄럽다. 이런 세태를 빗대어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기도할 때 가슴 한번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했다. 신도들도 이를 본받아 그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필자도 자책감이 들거나 남이 원망스러울 때 이렇게 해보니 아집에서 벗어나는 듯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책의 정체
‘나는 왜 저 애들보다 공부를 못할 까?’ 또는 ‘키가 작을까?’ 등 어릴 때부터 삶의 모든 장면에서 나를 남들과 비교하느라 우리는 평생 동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늙어서는 ‘저 사람은 반듯하게 잘 걸어가는데 나는 왜 허리가 구부러질까’라며 한탄한다.

사람다운 특징의 하나는 사물이나 인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가하며 비교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좋은 능력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뭐라고 할까?’ 라며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태를 흔히 ‘눈치를 본다’ 든가 과민성이라고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매사에 ‘내가 하면 불륜이고 남이하면 로맨스’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은 무어든지 스스로 심판꺼리로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예사로 하는 행위라도 ‘잘했다고 할까? 잘못했다고 할까?’ ‘칭찬을 받을까?’ ‘비판을 받을까?’ 하는 식이다. 이런 마음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습관(mental habit)이라고 한다. 이는 우울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의 한 증상으로서 상습적인 부정적 마음상태에 해당된다.
 
남을 배려하는 ‘내 탓’과 달리 ‘자책’은 지나친 자기사랑의 마음이 현실의 벽 앞에서 자기 부정의 감정 상태로 오그라드는 상태이다. 사람은 언제나 모든 일에 칭찬을 갈망하면서도 비난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한다. 여성들이 화장과 치장에 몰두하는 것은 남의 칭찬을 바라서지만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은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특히 자책감이 심한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잘못과 부족을 과장하여 평가하는데서 현실의 장애에서 도망치려 한다.
 
나와의 타협
옛날에는 극기(克己)라는 말이 삶의 주요 기준이었다.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따위를 의지력으로 눌러 이긴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시절이었기에 어려움을 참고 견디자는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하와 직책의 질서의식이 뚜렷하여 가족이나 사회에 안정된 분위기가 있었다. 자유방임이 삶의 풍조가 돼버린 지금 세태에서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억지와 떼쓰기가 판치는 난장판이 돼도 다스리지 못해서 엄청난 혼란과 낭비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심약하거나 양심 있는 사람이 아귀다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자책’이나 ‘내 탓’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이성과 의지력을 가지고 극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혼란스런 환경에서도 ‘내 탓’을 선택하여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지도력을 가질 수 있다. 심약한 사람은 ‘이것이 아닌데, 어쩌지? 나만 참으면 되지’라면서 ‘자책’의 그늘에 숨어든다.

차라리 극기를 못해서 싸울 힘이 없으면 타협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나를 괴롭히는 대상(자신과 남과 어떤 일)에 대해서 맞서는 생각을 버리고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를 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이라도 ‘골치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생각을 끊고 다른 일로 옮겨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세상은 내가 아니라도 돌아간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어려운 상황에서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 패배의식의 자책감을 넘어서 남을 배려하는 ‘내 탓’의 삶을…
전문보기는 로그인 하세요. PDF 다운로드는 회원님께만 제공됩니다.
필자 김영빈 前 건설부 대변인
PDF 삶의지혜.pdf (661KB) (Down:2)
분류 연재 > LIFE STYLE
발행일 2017년 10월 10일 (399호)
   

파일 다운로드 삶의지혜.pdf (661KB)
  0
3590


[ISSUE]건설기술 · 생산구조 현대화…부적격 업체 ‘OUT’
건설업 업역 개편 ‘탄력’ 40년 묵은 칸막이 없앤다 ‘건설산업 혁신방안’…업역ㆍ업종 등 대대적 손질   건설산업의..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ISSUE]김현미 장관 취임 1년, ‘집값 안정화’ 성공
‘투기세력과 전면전’서 판정승…추후 상승 요인은 잠재노선버스 안정화, 지방공항 건설 등 교통분야 숙제 남아김현미 국토교통..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INTERVIEW]한국감정평가사협회 김순구 회장 특집인터뷰
“공정한 평가로 국민 신뢰, 국가 기여하는 협회로 거듭날 것”공공자산 실태파악 등 ‘시장확대’ 중점 추진“9월부터 현안 문제..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FOCUS]종부세 “공시가액·누진세율 동시인상 될 듯”
공정시장가액비율 연간 10%p씩, 최고세율 2.5%로 상향4가지 시나리오 제시…1주택, 다주택자 ‘차등 과세’ 방안도 대통령 ..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ISSUE]드론산업육성법 제정, 첫발을 내딛다
드론산업발전 심포지엄 개최…현장 목소리 수렴드론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드론산업발전 심포지엄이 6월 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 | 김정현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FOCUS]공공주택 후분양제 도입, 임대등록 의무화 검토
국토부,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 계획 발표 ’22년까지 등록임대 200만호…주택보급률 110% 달성올해부터 주택 후분양제..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FOCUS]건설업계 지금 ‘혁신’ 중…‘변화’ 없인 미래도 없다
“국민의 LifeMark 세우자”…2018 건설의 날 기념식 개최김영구·김주만 금탑산업훈장 등 23명 건설유공자 정부포상 대한건.. | 이미영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ISSUE]남북, 경의선부터 북한 철도 현지 공동조사 시작
공동연구조사단 구성, 北철도 연결·현대화 높은 수준 진행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의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공동연구조.. | 이미영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북한도시열전]평양의 랜드마크 ‘류경호텔’ 언제쯤 개장할까?
북한 도시열전평양과 류경호텔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이다. 지난.. | 박원호 ㈜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 2018년 07월 (408호)
[영토이야기]뜨거운 북한 부동산 시장
조병현 박사의 북한 땅 이야기부동산 매매 법률상 가능북한에서 부동산거래는 민법에 의한 살림집 매매와 ‘자유경제무역지대 건.. | 조병현 박사 | 2018년 07월 (408호)
[新기술新공법]무경첩 접이식 지하철 승강장 안전발판 제작기술
  팝업식 승강장 안전발판…비상복귀장치로 충돌 안전성 확보   무경첩 접이식 자동 승강장 안전발판 제작 기술이.. | 김정현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ISSUE]주52시간 도입시, 총공사비 평균 4.3% 증가
대표적 인력 의존적 산업으로 근로시간 단축 영향 커 직접노무비 평균 8.9%, 간접노무비 12.3% 증가 예상   한국건설산..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SPECIAL]재건축 규제 정책의 파장…중장기적 공급부족 초래 우려
향후 부동산시장 잠재적 불안 요소 재건축 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사업 추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도심지의 신규 주.. |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년 07월 (408호)
[SPECIAL]하반기 주택가격 0.5% 하락…본격 하강국면 전환
건산硏 전망…입주물량 증가, 보유세·금리 인상 여파 국내 건설수주 전년비 14.7% 감소 전망, 4년내 최저   올해 전국.. |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2018년 07월 (408호)
[TREND]건설 체감경기 위축…5월 CBSI 84.5
주택 신규 공사수주 지수 10.8p 대폭 하락 영향 봄철 발주물량 증가에도 불구, 80대 중반에서 주춤   한국건설산업연구.. | 이미영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LAW]공사대금 직접청구 어렵나?
대법원 2017.12.13. 선고 2017다242300 판결들어가며원사업자의 지급정지 파산 등 사유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 공사대금의 직접 .. |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 2018년 07월 (408호)
[베스트푸드]건강한 보양식 ‘북한 사찰음식’ 7가지
사찰음식은 운동량이 적은 수행하는 승려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소화가 쉽게 이루어지면서도 에너지가 충분한 음식이다. 최근에.. | 김정현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LIFE STYLE]감정은 진실인가?
점심식사 후 친구들끼리 대화 중에 한 사람이 ‘감정은 진실인가, 거짓인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에 다른 친구가 “감정은 진.. | 김영빈 감정-의지 트레이너 | 2018년 07월 (408호)
[생활건강]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③
  지난 60년 역사를 훑어보면, 제약회사가 정신의학 분야에서 선망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류영창 박사 | 2018년 07월 (408호)
[BOOK]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
시와 정원의 나라, 이란 견문록자연과 인공(人工 )의 조화, 엔지니어의 눈과 시인의 가슴으로 느끼다  <낯설어도 훈훈한.. | 이미영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우리땅 구석구석]850고지 ‘아시아 최장’ 금오산 짚와이어
  내 눈물을 친구에게 알리지 마라! 바야흐로 레포츠의 계절, 여름이다. 스카이다이빙부터 윈드서핑까지 선택의 폭은 넓.. | 한국관광공사 | 2018년 07월 (408호)
[국토교통 정책동향]자율주행차, 영동대로를 달리다…시승행사 열려
자율주행차를 서울 도심에서 누구나 직접 타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가 영동대교에서 개최됐다. 국토교통부는 6월 .. | 김정현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FOCUS]‘해외진출의 든든한 동반자’ KIND 출범
고부가가치 해외투자개발사업 성과 창출 기대   우리기업의 해외 투자개발사업(PPP)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해외투자.. | 이미영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업계동향]시설안전공단 · 시설물안전진단협회, 안전관리 경쟁력 강화 등
 한국시설안전공단(이사장 강영종)과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회장 박주경)은 지난 6월 29일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분.. | 박병기 기자 | 2018년 07월 (408호)
12345678910,,,135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김순구 ..

2018년 7월호
(408호)






NEW
공지사항
BEST 100
최다조회기사

인기검색어 HOT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46-1 (방배동) | Tel. 02-3473-2842 | Fax. 02-3473-7370
Copyright ⓒ ㈜건설교통저널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