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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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영빈 前 건설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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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연재 > LIFE STYLE
발행일 2017년 10월 10일 (399호)
   
자책과 내 탓

 
자책골

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 등 구기 종목에서 실수로 자기 골대에 공을 넣어서 실점하는 경우가 간혹 나온다. 이를 자살골이나 자책골이라 한다. 특히 축구에서는 작전상 그러는 수도 있었다. 맞바람이 너무 불어서 골키퍼가 공을 차올린 게 반대방향으로 튕겨서 자책골이 된 희한한 일도 있었다. 어떤 수비수는 경기 막판에 관중이 분 호루라기 소리에 이긴 줄 알고 너무 기뻐서 자기 팀 골대에 공을 차 넣어서 자책골이 됐다. 미국 월드컵(1994년) 후 콜롬비아 국가대표팀의 한 수비수가 자책골을 한 때문에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자살골이라는 말은 공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책(自責)’이란 자신이 불리하게 되는 언행을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책관념(自責觀念)이라고 하여 자기가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망상적 관념이나 실제로 있는 사소한 일에 대하여 자기잘못이라고 심하게 나무라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 해도 될 자책을 하면서 고통을 사서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를 나무라는 데는 후회, 회개, 반성이 있다. 이들 용어는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아 바로잡으려는 이성과 의지의 실천개념이지만 자책은 감상에 빠져서 심하게 되면 정신적 자살이라고 할 만한 자기 파괴의 결과를 유발하는데 문제가 있다.
 
네 탓, 내 탓
부자 형과 가난한 아우가 집안 일로 대화를 한다. “야! 너네는 못사는 주제에 무어가 좋아서 온 식구가 늘 웃으며 지내니?” 아우가 되물었다. “형네는 돈도 많으면서 가족끼리 왜 서로 으르렁거리는 거요?” “네가 먼저 말해 봐.” “우리 가족은 무슨 일이든지 서로 ‘내 탓이요’라고 하니 다툴 틈이 없어요”라고 동생이 답했다. “바로 그거네! 내 집에서는 모두 ‘네 탓이야’라고 서로 나무라기만 하니 바람 잘 날이 없어. 어쩌면 좋으니?”라며 형은 한탄했다.

내 탓과 자책은 어떻게 다를까? 영어로 보면 자책은 blame oneself라고 하여 분명하게 자기를 나무라는 뜻이다. ‘내 탓’이라고 하면 ‘나 때문이야!’ 라고 잘못의 이유(reason)를 자기에게로 돌리지만 누군가를 감싸려는 이성적인 배려의 마음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골치 꺼리는 ‘네 탓’을 하는 사람들이 ‘내 탓’을 하는 사람보다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주변에서나 언론에서 보면 온통 ‘네 탓’ 타령으로 시끄럽다. 이런 세태를 빗대어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기도할 때 가슴 한번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했다. 신도들도 이를 본받아 그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필자도 자책감이 들거나 남이 원망스러울 때 이렇게 해보니 아집에서 벗어나는 듯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책의 정체
‘나는 왜 저 애들보다 공부를 못할 까?’ 또는 ‘키가 작을까?’ 등 어릴 때부터 삶의 모든 장면에서 나를 남들과 비교하느라 우리는 평생 동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늙어서는 ‘저 사람은 반듯하게 잘 걸어가는데 나는 왜 허리가 구부러질까’라며 한탄한다.

사람다운 특징의 하나는 사물이나 인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가하며 비교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좋은 능력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뭐라고 할까?’ 라며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태를 흔히 ‘눈치를 본다’ 든가 과민성이라고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매사에 ‘내가 하면 불륜이고 남이하면 로맨스’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은 무어든지 스스로 심판꺼리로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예사로 하는 행위라도 ‘잘했다고 할까? 잘못했다고 할까?’ ‘칭찬을 받을까?’ ‘비판을 받을까?’ 하는 식이다. 이런 마음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습관(mental habit)이라고 한다. 이는 우울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의 한 증상으로서 상습적인 부정적 마음상태에 해당된다.
 
남을 배려하는 ‘내 탓’과 달리 ‘자책’은 지나친 자기사랑의 마음이 현실의 벽 앞에서 자기 부정의 감정 상태로 오그라드는 상태이다. 사람은 언제나 모든 일에 칭찬을 갈망하면서도 비난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한다. 여성들이 화장과 치장에 몰두하는 것은 남의 칭찬을 바라서지만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은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특히 자책감이 심한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잘못과 부족을 과장하여 평가하는데서 현실의 장애에서 도망치려 한다.
 
나와의 타협
옛날에는 극기(克己)라는 말이 삶의 주요 기준이었다.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따위를 의지력으로 눌러 이긴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시절이었기에 어려움을 참고 견디자는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하와 직책의 질서의식이 뚜렷하여 가족이나 사회에 안정된 분위기가 있었다. 자유방임이 삶의 풍조가 돼버린 지금 세태에서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억지와 떼쓰기가 판치는 난장판이 돼도 다스리지 못해서 엄청난 혼란과 낭비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심약하거나 양심 있는 사람이 아귀다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자책’이나 ‘내 탓’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이성과 의지력을 가지고 극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혼란스런 환경에서도 ‘내 탓’을 선택하여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지도력을 가질 수 있다. 심약한 사람은 ‘이것이 아닌데, 어쩌지? 나만 참으면 되지’라면서 ‘자책’의 그늘에 숨어든다.

차라리 극기를 못해서 싸울 힘이 없으면 타협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나를 괴롭히는 대상(자신과 남과 어떤 일)에 대해서 맞서는 생각을 버리고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를 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이라도 ‘골치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생각을 끊고 다른 일로 옮겨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세상은 내가 아니라도 돌아간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어려운 상황에서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 패배의식의 자책감을 넘어서 남을 배려하는 ‘내 탓’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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