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 목요일  


낭만이 2% 부족할 때, 커플끼리 목포 사용설명서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 가고. 오래된 커플의 데이트는 가끔 지루하다. 출근했다, 밥 먹었다, 퇴근했다. 매일 나누는 대화도 새로울 것 없다. 함께하는 시간이 평범하게 느껴질 땐 낭만 항구 목포에서 연애 지수를 높여보자. 섬을 품은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 아름다운 야경이 그곳에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도 개통했다. 레트로풍 구도심과 신상 랜드마크를 아우르는 낭만 여행이 당신의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목포의 숨은 사랑고백 명소, 삼학도
여행은 목포역과 가까운 삼학도에서 산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인공수로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공원 안쪽까지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줄지어 선 나무는 아직 어려 따가운 가을볕을 막아주진 못한다. 대신 형형색색 꽃들이 두 눈을 즐겁게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이국적이면서 아늑하게 느껴진다. 왼편에 수로를 두고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목포 요트마리나를 만난다. 앞바다에 요트 수십 척이 떠 있고 그 너머 목포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삼학도는 원래 세 개의 작은 섬이었다. 지역 설화에 따르면 세 여인이 유달산에서 무술을 연마하던 한 청년과 사랑에 빠졌으나 오랜 기다림에 지쳐 식음을 전폐하다 목숨을 잃고 세 마리의 학이 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청년은 근처를 배외하던 학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고, 세 마리 학이 떨어져 죽은 자리에 세 개의 섬이 솟아올랐다. ‘삼학(三鶴)’이라 불리게 된 이 섬은 유달산과 함께 목포를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지난 8월 15만명이 다녀간 제1회 섬의 날 기념 <대한민국 썸 페스티벌>도 삼학도에서 열렸다.

한때는 무분별한 간척공사로 섬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진 적도 있었으나 십여 년 전 봉우리를 쌓고 사이에 인공 수로를 조성하면서 조금이나마 옛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남자 곁에 머물고 싶었던 여인들의 간절한 사랑이 어렸기 때문일까. 삼학도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육지에서 삼학도의 분위기를 익혔다면 물길에서 삼학도를 바라볼 차례다. 목포수상레저캠프에서 카약, 카누 등 인공 수로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다. 보통은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도 아무 때나 탑승이 가능하다. 한쪽으로 노를 젓는 카누와 양쪽으로 노를 젓는 카약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한 뒤 5분 내외로 안전교육을 받는다.

수로의 수심은 약 1.6m. 그리 깊은 편은 아니지만 구명조끼는 필수다. 노를 잡고 나면 본격적인 수중 산책이 시작된다. 수로의 높이가 육지보다 낮기 때문에 U자형 수로에 포옥 안긴 기분이 든다.
수로에서 본 삼학도는 한층 거대하다. 건물과 나무 등 모든 것들이 돋보기를 댄 듯 큼직하게 보인다. 삼학도의 세 개 봉우리 중 물길이 있는 중학도와 소학도 사이를 8자 코스로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이다. 노를 젓기만 하면 배가 앞으로 나아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옛날 교복 맞춰 입고 1980년대로…서산동 시화골목~연희네 슈퍼
유달산 자락에 위치한 온금동, 서산동, 금화동은 소위 달동네다. 산기슭에 좁고 가파른 골목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고 그 사이에 오래된 집이 빼곡히 들어섰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뿐인 이 동네에 청춘 남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낡은 벽 가득, 주민들의 삶이 새겨진 시화골목이다.

시화골목은 서산동 보리마당 근처에 위치한다. 유달산의 서쪽이라 서산동이고, 보리밭이 많았던 동네라 보리마당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널찍한 땅은 남아있지 않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본 목포 앞바다가 주민들의 또 다른 마당이 되어주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한 이곳 보리마당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목포 경제의 중심지였다. 많은 주민들이 어선을 가지고 있어 물고기를 잡거나 항구에서 하역작업을 해 큰돈을 벌었다. 춥고 힘들었던 그 시절, 마을에 연탄 차가 하루 세 대씩 들어올 정도였다. 목포 부흥의 한 축이었던 서산동이 신도심 상권에 밀려난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마을과 한 몸인 양 남아있다. 국유지가 대부분이라 집을 허물고 다시 지을 순 없지만 그들 삶의 전성기가 그대로 녹아있으리라.

시화골목에는 서산동에 얽힌 희로애락이 시와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 목포 출신 문학인도 대거 참여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둘의 주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문학인들이 주로 옛 보리마당의 정취를 추억한 반면, 할머니들은 ‘젊은 날의 고생’과 ‘용돈 챙겨주는 고마운 자식’을 떠올렸다.
 
      <고생> 임정순
 
터미널에서 33년간 일했제
일 끝나고 어울려 논 것이 제일 재밌었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목포의 눈물, 완행열차 불렀제
팔자에 타고난 고생
그래도 그때가 즐거웠제

시화골목은 세 갈래로 나뉜다. 보리마당에서 첫째 골목, 둘째 골목, 셋째 골목으로 출발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골목은 100m 남짓으로 짧아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부 둘러보아도 좋다. 힘들이지 않고 한 골목만 보고 싶다면 보리마당까지 택시를 타고 와 시를 감상하며 내려오는 방법을 추천한다. 주차 공간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차를 타러 출발점으로 다시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다.

세 개의 시화골목이 만나는 아랫마을에 영화 <1987>의 촬영지였던 연희네 슈퍼가 있다. 극중 연희(김태리)의 삼촌(유해진)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알리고자 비밀스럽게 거사를 준비하던 곳이다. 연희는 이곳에서 학교 선배인 이한열(강동원)에게 운동권에 들어올 것을 제안받고 단칼에 거절했지만 끝내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고 시위에 가담한다.

촬영은 끝났지만 슈퍼는 아직 1980년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소품으로 쓰였던 올드카도 그대로다. 레트로한 골목 분위기를 조금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근처 연희네 의상실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자.
 
유달산 정상에서 커플 사진 찰칵…신상 랜드마크 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북항에서 유달산을 거쳐 고하도까지 내려가는 총 길이 3.23km의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된 것이다. 노적봉 전망대보다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고 더 멀리 보기 위해 유달산에 오르지 않아도 되니 반가운 소식이다.

케이블카는 양방향 편도로 이용할 수 있지만 보통은 시내에 위치한 북항을 출발 지점으로 삼는다. 케이블카 탑승 시간은 약 20분. 북항 승강장을 떠난 케이블카는 유달산 북쪽 능선을 타고 서서히 정상에 오른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목포 구도심이 펼쳐진다. 고층건물이 없고 바다가 넓어 시야가 탁 트인다. 유달산 정상은 중간 정류장이다. 예쁘게 꾸미고 나온 커플들은 케이블카 덕분에 등산을 하지 않고도 목포 최고(最高) 전망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고하도 승강장으로 향할 땐 목포대교를 오른편에 두고 나란히 내려온다. 목포대교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촬영지다. 운전해서 바다를 건널 때도 올록볼록 사방에 솟은 섬에 온통 시선을 빼앗기는데,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경은 두 마리 학을 연상케 하는 목포대교의 장엄한 모습이 더해져 훨씬 멋스럽다.

고하도 승강장 루프탑은 새로운 일몰 명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도해 너머로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일은 지겨울 틈이 없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할 생각이라면 아래층 식당가에서 음식을 사다 야외 테이블에서 먹어도 좋다.
 
요즘 핫한 야경 맛집, 춤추는 바다분수 & 끋집
로맨틱한 밤을 책임지는 것은 멋진 야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적인 데이트 마무리를 위해서는 회심의 장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낭만항구 목포에서는 숙소 앞 바닷가에서도 최대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낭만 스폿을 손쉽게 찾을 수 있어 검색하느라 진을 뺄 필요가 없다.

깔끔한 숙박시설이 많아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는 상동에 춤추는 바다분수가 있다. 지난 겨울 재정비 기간 동안 무빙라이트와 경관조명을 설치해 화려함을 더했다. 선곡은 매일 다르지만 ‘해변의 여인’, ‘홀로 아리랑’, ‘아모르파티’, ‘첨밀밀’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곡이 흘러나와 흥을 돋운다.

한바탕 음악 분수가 끝나고 나면 사연 소개 코너가 이어진다. 연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커플, 아버지에게 파이팅을 전하는 딸 등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과거 사연을 소개할 때 음악과 레이저만 활용했던 것과 달리 물 폭죽, 워터스크린 등 사연에 어울리는 연출을 한 점이 눈에 띈다. 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익명의 힘을 빌려 전하는 건 어떨까.

목포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도 있다. 끋집은 지금 목포에서 가장 핫한 해물 포차다. 넓은 마당에 텐트 여덟 동과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캠핑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화려한 조명이 끋집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만 해 질 무렵에 특히 아름다워 노을 맛집으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SNS에서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된다.

오후 8시, 목포대교에 불이 들어온다. 목포대교 야경은 끋집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닻에서 더 잘 보인다. 두 집은 주차장과 마당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장이 다르다. 술 한 잔의 낭만을 원하면 끋집이, 커피와 함께 하루를 향긋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땐 카페 닻이 좋겠다.
필자 한국관광공사
분류 연재 > 우리땅 구석구석
발행일 2019년 10월 07일 (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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