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4일, 목요일


경주 종합개발사업 ⑧ 아버지 빠진 장남의 결혼사진
박병용 / 前 경주개발건설사무소 6대 소장 /

1978년 12월 9일은 장남 세경의 결혼식이 있었던 날이다. 나는 이 장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국가 원수가 오면 당연히 총괄 기관장인 내가 안내를 해야했기 때문에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장남의 결혼식에 참석을 안하는 것도 아비의 도리는 아니었다.
고민을 하다가 미리 도착한 청와대 오휘영(吳輝泳) 비서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총괄 기관장인 소장이 자리를 비울 수가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였다. 아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공무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들도 아비의 심정을 이해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박대통령은 방문 전날인 12월 8일에 포항 제철 3기고로 화입식에 참석하고, 경주코오롱호텔에서 투숙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 보문단지 주위 도로는 흙 묻은 공사차량의 진입으로 먼지투성이가 되었고, 곱게 꽃을 심어놓은 화단에도 먼지가 쌓여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국가원수의 행차인지라 소방차까지 동원하여 노면에 범벅이 된 진흙을 씻어내고, 식재된 잔디와 옥향나무에 뽀얗게 쌓인 먼지도 대강 씻어냈다. 천우신조인지 그날 밤에 촉촉이 비가 내려, 미처 씻어내기 못한 먼지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시찰 당일인 12월 9일 아침에는 수목들이 싱그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날씨도 초겨울답지 않게 화창했다.
오전 10시에 현장에 도착하신 박대통령께서는 호반장(湖伴莊)을 둘러보시고 상징탑 앞에 이르렀다. 콘크리트조의 5층탑 도색을 광주박물관과 같이 처마 밑에서부터 차차 밝아가는 색으로 하도록 지시하셨다.
또 보문단지 주변도로의 벚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셨다.
“벚꽃의 둥치는 가슴높이만큼 곧게 뻗고, 여기에서 가지 세 개가 자연스럽게 갈라진 수형을 골라 심으라는 것”이었다. 이 지시는 몇 년 전 준공 처리된 나무의 웃자란 외줄기 벚나무를 윗부분만 잘라 심은 것을 보시고 이에 대한 보완 지시를 내리신 것이었다.
당연한 지시였지만 예산회계법상 준공조치된 것이므로 국유재산일 뿐만 아니라, 수천 그루를 지시하신 이상 정상적인 수형으로 바꾸어 심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당시 우리나라 조경업계 실정으로는 필요로 하는 벚나무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엉T다.
부득이 이 지시를 실행하지 못하고 원래 심은 나무를 잘 가꾼 것이 오늘날 무성하게 자라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대통령의 지시는 분명 무리였다는 것을 알지만 경주종합개발사업에 갖고 있었던 의지만은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주의 벚꽃은 4월만 되면 도시를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그날 대통령은 이렇게 약2시간에 걸쳐 세밀히 관광센터 등을 살피신 다음 곧바로 귀경하셨다.
국가원수의 시찰이 끝난 시간은 12시였다.
대통령이 서울로 떠난 후 시장실에서 관계자들과 시찰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1시가 지나 있었다. 기관장 및 수행한 오휘영 비서관과 같이 간단히 점심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황급히 상경하였으나, 서울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였다.
오후 1시였던 장남의 결혼식은 이미 끝난 후였다. 진주에서 오신 사돈어른도 기다리다가 가고 없었다. 다행히 아들내외는 신혼여행을 떠나지 않고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의 손을 잡았다. 아들은 굳이 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공무원으로서의 아버지 심중을 헤아리고 있다는 듯 빙긋 웃었다.
사정을 모르는 식장의 하객들 중에는 신랑 아버지가 없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는 말을 했다. 다행히 다음날 신문에 대통령을 안내하는 내 사진이 게재되어 공연한 의심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아버지가 빠진 아들의 결혼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 정열적으로 일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오히려 흐뭇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문관광단지의 개장

1979년 4월 20일에 있을 PATA 워크솝에 대비하여 4월 6일 미리 보문관광단지를 개장하였다. 역사적인 보문관광단지 개장은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정에 따라 황인성 교통부장관 주관 아래 이루어졌다. 고재일 건설부장관, 이종근 교체위원장을 포함한 소속 국회의원, 수천명의 지역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개장을 가졌다.
1972년에 공사를 착공하였으니, 실로 7년이라는 기간이 걸려 완공을 보게 된 것이다. 개장을 앞두고 각 언론기관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한 까닭에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부각되었다.
개장일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한꺼번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못다한 뒷마무리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상징탑 주위의 석괴포장을 마무리 하고 있었는데, 많은 군중들이 몰려 작업에 방해가 되었다.
생각다 못해 새끼줄을 쳐놓고 일부 길목을 막았더니 관광객 중 한 사람이 “개장한다고 온통 떠들어 놓고는 왜 못 지나게 하느냐!”고 거친 항의를 했다. 준공 마무리를 못다한 우리로서는 통사정하며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 인계인수에 나타난 문제점

국고로 시공된 공공 시설물은 일단 준공되면 각 담당관리청이 최종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보문단지의 시설물은 이미 준공된 것이라 하더라도 담당관리청이 인계되지 않은 채 인계시점을 일단계 사업이 끝나는 때로 미루어 왔다.
따라서 그간 준공된 각종시설물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가지 보수해야 할 일들이 발생했다. 도로변에 심은 벚나무는 고사하였고, 가로등 전구는 보기 흉하게 깨져 있었다. 도로공사를 한 절개지는 비탈이 허물어져 위험성을 안고 있었고, 보문단지 일원에는 크고 작은 자갈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보문단지 내 순환도로에 심은 조경수는 꺾이고, 보도블록은 파손되어 있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인계인수할 때는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기 위하여, 김수학 도지사와 김창곤 경주 시장, 그리고 정득만 경주관광개발공사 사장과 김학소 전무 등과 몇 차례에 걸친 협의를 거쳐 다음과 같이 조치하기로 합의하여 매듭지었다.
첫째, 덕동댐 이설도로 절개지의 허물어진 비탈면 보수는 내무부 예산으로 집행하되, 경주시 산림과에서 직영 보수토록 한다. 특히 이 지방 토질이 자갈과 모래가 섞인 특수토질이므로 사방공법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둘째, 보문단지 도로변 고사한 3만여 그루의 벚나무 재식재는 시공업체가 조경수목을 공급하고 경주시에서 식재한다.
셋째, 단지 내 산재한 크고 작은 자갈은 손정목 교육장의 지원을 받아 경주시내 전 중학교 학생을 동원하여 줍기로 한다. 이를 실어내는 일은 건설회사에서 담당한다.
넷째, 이밖에 가로등, 보도블록, 잔디 조식, 조경수 정비 등은 해당 건설업체가 맡아서 한다.
이상과 같이 보수 대원칙을 세우고 시행하였지만 건설업체의 보수작업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어렵게 몇 단계의 보완처리를 거쳐 보수를 끝내고 도로는 경주시에, 보문단지는 경주관광개발공사에 각각 인계인수하였다.
이 기회를 통하여 이 과정에서 협조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당시 경주관광개발공사 조경부장을 맡고 있던 전우석(全宇錫) 천우조경주식회사 사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으로 이루어낸 보문과노강단지이기에 참여했던 우리들은 남다른 감회를 갖게 된다.
앞으로 세계 속의 관광지로 크게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
 


본 내용은 월간 국토해양저널 1999년 5월호(통권 17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비화! 경주 종합개발사업> 시리즈는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1998년도부터 장기 연재되었던 주옥같은 글들로 <비화! 경부고속도로 뒷이야기>에 이어 본 홈페이지를 통해 재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기대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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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와교통

2020년 9월호
(통권 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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